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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an 19. 2024

온 가족이 함께하는 '떡국 한 그릇'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요즘은 모두가 바쁘게 사는 세상이라서 식구들이 한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이 쉽지 않다. 모두가 집에 있는 주말이고 해서 떡국을 끓였다. 그 옛날 종갓집 엄마요리를 기억해서 그대로 만들어 보았다.

우리 집에서 떡국을 제일 좋아하는 남편 빼고는 모두가 떡국이라면 시큰둥한데 오늘은 다들 맛있게 먹는다. 

우리 집 아이들 입맛이 까다로워밥상 차릴 때는, 은근히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된다. 좀 더 예쁜 그릇에 음식을 차려내려고 하고, 모양도 더 예쁘게 담으려고 애쓴.

생각해 보면 귀찮아서 그렇지 그 많은 예쁜 그릇을 언제 쓰려고, 모셔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예쁜 그릇을 사 모았다. 이제 곧 아이들도 독립해서 나가면 

'예쁜 그릇을 사용할 기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집에 있는 예쁜 그릇을 마구마구 방출했더니, 우리 딸이

'엄마 요즘 그릇이 자꾸 이뻐져요?' 한다.

사실은 예전에 사두었던 것들이고, 약간의 깨달음으로 그릇을 꺼내놓은 건데 새로운 그릇인 줄 알고 엄마한테 일침을 날린다. 그릇만큼 유행을 타는 것도 없는데, 괜히 욕심을 부린 지난 흔적이다. 이제는 예쁜 그릇을 위주로 자주 쓸 계획이다.

아껴두었던 예쁜 그릇에 담아서 그런지 식구들이 

떡국 한 그릇씩 맛있게 비워냈다.



    그 옛날 종갓집인 우리 집에서는 설명절이 다가오면 떡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만들어 왔다. 그 양이 얼마나 던지 리어카 2개로 쌀을 싣고 가서, 쌀을 가져간 만큼 가래떡을 빼서 싣고 오던 때가 있었다.

하얀 가래떡을 마당에 펼쳐 놓으면 엄마는 얼른

서로 붙지 않게 기름을 살짝 발라서 광주리에 펼쳐 놓고, 한 김이 빠지게 식힌다. 그늘진 곳에서 뽀얀 면포를 덮어두면 꾸덕꾸덕 마른다.

이틀정도 말리면 적당히 굳어서 썰기 좋은 떡가래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떡가래는 많아도 너무 많아서, 지금처럼 방앗간에서 썰어주는 것이 아니라서, 집에서 일일이 썰어야 다. 

무엇이든 과학의 원리와 기계 작동의 원리를 다 꽤고 있던, 아버지는 아이디어가 많으셨다.

대장간에서 가서 쇠를 녹여 칼날을 주문제작해서,

나무 판을 지지대로 대고, 나무 손잡이를 만들고, 떡가래 전용 작두 10개를 아버지가 직접 만드셨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을 때쯤 시중에 떡을 써는 작두가 시판되었다

'가래떡 써는 기계는 내 아이디어인데~~'하시던 기억이 난다.

떡 써는 기계 10개가 가동을 면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어린 마음에 떡점이 하얀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가는 것이 신기해서 넋 놓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뒷마당에 가마솥이 걸려있고, 가마솥 안에는 몽글몽글 하얀 떡국이 끓어오르면, 일가친척들과 그걸 나눠 먹으며 행복해하던 그 시절에는 떡국이 정말 특별한 음식이었을 만큼 맛있었다.



                 (떡국 끓이는 방법)

    떡국 끓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려울 것 없이 떡국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떡국은 국물이 맑고 맛있어야 한다.

사골 육수를 내서 끓이면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고, 사골 육수가 준비되지 않아도, 소고기 다진 것으로 꾸미를 만들어서 먹을 때 넣으면 국물이 깔끔하다.

덩어리 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넣으면 국물이 탁해진다.

핏물이 섞여 나와서 국물이 텁텁해진다.

그래서 떡국에는 꾸미를 만들어서 떡국을 끓이면

국물 색깔도 뽀얗고 맛있는 색이 된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국간장(많이 넣으면 색이 짙어져서 안됨) 아주 조금 넣으면 된다.

종갓집 종부 엄마 떡국에는 두부를 넣어서 끓였다.

두부를 넣으려면 부서지지 않게 다 끓인 다음 마지막에 넣으면 된다.

두부 넣는 것은 호불호가 있어서 선택해서 하면 된다

그 옛날 두부를 넣은 것은 양을 많이 들려서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사실 두부를 넣으면 부드러워서 더 맛있다.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지단을 붙이고 썰어둔다. 파를 송송 썰어서 준비하고, 소고기 꾸미 만들어서 준비해 두고, 김을 잘게 썰어서 준비해 둔다.

사골 육수가 끓으면 떡을 넣고 적당히 익으면 소금 간을 하고 준비해 둔 고명을 얹고,

후추를 약간 뿌려서 식탁에 올리면 된다.



    떡국은 예전부터 설명절에 차례를 지내며, 나누어 먹던 특별하게 다가오는 음식이다. 명절이면 반갑게 소중한 가족들과 만나는 음식이다. 특히 명절에 부모 형제들 만나는 자리에서 따뜻한 정과 함께하던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이다. 엄마가 가마솥에 떡국을 끓이시던 기억이 떠올라서 내겐 더 정이 가는 음식이다.



    코로나기간에 아버지를 여의고 작년 여름 엄마를 여의고 많이도 힘들었다. 정이 많은 엄마라서 그 정을 거두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엄마가 알려주신

요리를 추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가 대단했던 것은, 

엄마요리에는 정갈하면서 예쁘이 있었다. 엄마요리를 이곳 브런치에 자꾸 나누고 싶은 것은, 

그 특별함을 기억하고 싶고, 엄마의 고단했던 손끝을 달래고픈 딸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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