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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an 29. 2024

한겨울에 꺼내 먹는 '겨울 동치미'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겨울에 동치미는 빠질 수가 없다.

동치미가 없이는 겨울을 날 수가 없을 만큼 추운 겨울에 먹는 동치미 맛은 일품이다.

매번 적당한 크기의 무가 나오는 김장철, 그것도 초겨울이 다가올 끝물에 동치미를 담는다. 너무 이르게 담으면 김장 김치도 먹어야 하고 총각김치, 파김치... 먹을 김치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늦게 동치미를 담는다, 깊이 숙성된 맛은 딱 먹기 좋은 한겨울에 이 든다. 그래서 되도록 김장철 끝자락에 동치미를 담는다. 하얀 눈이 펑펑 오는 날 꺼내서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치미는 국물채 먹는 것이라서 쓰임이 많다. 치킨을 먹을 때도 피자를 먹을 때도 곁들여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시원하고 맛있다.

무엇보다 소면을 삶아서 동치미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천하일품이다. 남편이 젤 좋아하는 겨울 별미라서 동치미를 만들어서 소면에 말아먹는다. 겨울에 친척들이 방문이라도 하면 동치미 국수를 만들면,

다들 맛있다고 난리가 난다. 그 인기에 더 많이 만들고 맛있게 만들려고 애쓴다.



    그 옛날 종갓집 우리 집에서는 종갓집 대소사가 많아서, 겨울에 두고 먹을 양식인 온갖 종류의 김치를 담았. 그중에서도 동치미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종갓집에서는 김장철이 되면 마당 한가운데 배추와 무와 갖가지, 김치 만들 재료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며칠간 김치를 만든다. 김장을 할 때는 갖가지 재료들을 다듬고 절리고 속을 채우고,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정성을 들여서 맛을 낸. 많은 사람들이 겨울 내내 먹을 양식이라서 종부인 엄마는 맛 내기에 공을 들이셨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때는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야말로 김치가 겨울 양식일만큼 반찬의 비중이 컸을 때였다. 솜씨 좋다고 소문난 엄마 김치는 동네에서도 늘 인기였다. 

사람 키만큼 큰 항아리에 여러 개를 담을 만큼 동치미를 많이 담았.

겨울만 되면 우리 집에는 김치 도둑이 들었다.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한밤중에 엄청 큰 항아리에서

 동치미를 훔치다가 할아버지에게 잡힌 여인이 있었다. 밤세시쯤 할아버지가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시려고 나가시는데, 그만 김치 도둑을 잡았던 것이다.

그 여인은 얼른 무릎을 꿇고 '살려주세요' 하더란다.

알고 보니 이웃에 어렵게 사는 여인이라서 질책하기보다는 가져온 그릇에 꽉 채워서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다음에는 밤에 오지 말고 낮에 오셔~'

'인심 좋 우리 며느리가 김치를 좀 달라고 하면 줄 거요~' 하셨다고

엄마는 여러 종류의 김치 도둑 얘기를 가끔 하셨다.

도둑이 들 때마다 우리 할아버지의 지혜로 큰 어른답게 신사적으로 대처하신 것을 엄마는 흐뭇하게 얘기하시곤 하셨다. 



                    (동치미 만드는 법)

    동치미를 하려면 무를 되도록 작은 것을 선택한다.

무청이 몇 가닥 달리게 해서 소금 물간을 해서 절여 놓는다 건다시마, 건새우, 멸치, 디포리, 건명태... 육수를 내고 찹쌀풀과 생강, 마늘, 소주, 새우젓, 고추씨, 천일염, 쪽파, 매실청, 배, 사과, 양파, 고춧가루를 넣고 간을 보면서 양념을 한다.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에는 동치미에 간은 새우젓과 천일염으로 하셨다. 그래야 국물 맛이 깔끔하고

동치미는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데 다른 젓갈이 많이 들어가면 국물이 냄새가 진하게 돼서 실패한다.

동치미는 하얗게 국물을 내서 먹는 방법이 있고 이번에는, 빨갛게 고춧가루를 넣어서 엄마가 하시던 것처럼, 고추씨도 넣어서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리에 엄마 향기가 짙어진다.

그리고 비슷하게 맛이 닮아간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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