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해 스펙트럼

결혼은 서로 다른 시간에서 걸어온 두 사람이 풀어내는 판타지

by 현월안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시선이 머문다. 인터넷 기사 내용은 사별한 전처의 묘소를 여전히 돌보는 남편의 행동이 현재의 아내에게 무례한 일인가, 아니면 존중해야 할 기억인가 하는 내용이었다. 짧은 기사였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 결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사연의 주인공인 한 남성은 16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다시 결혼했고, 지금의 결혼 생활도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된 사실 하나가 부부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남편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전처의 묘소를 찾아 묘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현재의 아내는 깊은 서운함을 느꼈다. 이미 16년이나 지난 일이고, 두 사람의 결혼도 15년이나 되었는데 여전히 전처를 챙긴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남편은 그저 부모님 묘역 근처라 지나가는 길에 예의를 표할 뿐이라 설명했지만, 설명은 때로 감정을 설득하지 못한다.



기사 아래에는 누리꾼의 의견이 분분했다. 누군가는 현재 아내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삶과 경험을 기준으로 저마다의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바라볼 때 종종 한 가지를 잊는다. 사랑의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의 삶에는 여러 계절이 있고, 어떤 사랑은 오래 함께 걷다가 이별을 맞고, 어떤 사랑은 상실 이후에 다시 찾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지나간 사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삶의 깊은 곳에 조용히 남아 있다.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에게 사랑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은 현재의 사랑과 경쟁하지도 비교되지도 않는다. 단지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일부가 조용히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남편이 묘소를 찾는 마음도 그런 의미의 예의일 것이다. 사랑이라기보다 기억에 대한 인사, 함께 살았던 시간에 대한 마지막 예절 같은 것. 인간이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조용한 감사의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현재의 아내가 느낀 서운함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불안한 감정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논리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마음 한편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가 옳아서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옳고 그름으로 나누기보다 삶의 깊이로 이해해야 할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종종 이기적인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마음은 하나의 방이 아니라 여러 개의 창이 있는 집과 같다. 어떤 창은 과거를 향해 있고 어떤 창은 현재를 바라보고, 또 다른 창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이전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다고 해서 지금의 사랑이 덜 진실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이 현재의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도록 서로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는 노력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삶을 함께 짓는 일이다. 그러나 그 집은 완전히 빈 땅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닌,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지나온 인연과 잊지 못한 기억 위에 천천히 지어지는 집이다.



그래서 부부가 된다는 것은 현재의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일이면서 또 서로의 과거까지 함께 이해하려는 약속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대화일 것이다. 남편은 묘소를 찾는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고,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서운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설명보다 이해 속에서 조금씩 풀리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리고 마음먹기에 따라 어떤 일도 문제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서로를 선택해 같은 시간을 살아가기로 했다면,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일 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찾는 일이다. 사랑은 서로의 시간을 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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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결혼은 서로 다른 시간에서 걸어온 두 사람이 각자의 기억을 조금씩 내려놓고, 또 조금은 그대로 둔 채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알게 된다. 사랑은 또 누군가의 삶 전체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