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강물은 흐르고 사람들은 그 강가에 손을 담근다

by 현월안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인간은 같은 강물에 두 번 손을 씻을 수 없다고.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그 물에 손을 담그는 순간에도 이미 다른 물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이 변화 그 자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 변화를 관통하는 질서를 로고스(Logos)라고 불렀다.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원리, 흐름의 이치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그런 것이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원리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마음이 변했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이나 우정에 대해 그 말을 듣게 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우정 역시 처음과 같은 온도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이 움직였다는 말을 들으면 배신처럼 느끼기도 한다.



정말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을까. 계절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조금 쉬워진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햇빛과 봄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햇빛은 같은 빛이지만 같은 마음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흔히 바라보는 풍경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나도 조금씩 변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면 변하는 것은 세상만이 아니라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기도 하다.



강물은 흐르고 사람들은 그 강가에 모여든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같은 마음이라고 믿는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같은 강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면 그 강물은 이미 조금 다른 물이 되었고, 모두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인간은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어제 나는 앞사람의 이 사이에 끼어 있던 고춧가루를 모른 척했다. 친구의 작은 거짓말도 그냥 지나쳤다. 때로는 누군가의 마음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묻지 않는다. 모른 척하는 것은 무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알기 때문일 때가 많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 언제나 같은 강물에 손을 씻을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을 떠올리면 더 분명해진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조금 전의 나는 하루의 절반을 살고 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보다 시간이 지났으니 더 살아낸 사람이다. 몇 시간은 짧아 보이지만 그만큼의 변화는 분명히 일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몇 시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종종 초지일관이라는 말을 한다.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고, 한 가지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면 초지일관이라는 말속에도 변화가 숨어 있다. 같은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계속 새롭게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마음을 다시 선택하려는 방향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사람의 얼굴이 달라지고, 마음의 결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유독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는 변하지 않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그래서 인간은 종종 실망한다. 하지만 그 실망의 대부분은 변화 때문이 아니라,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기대에서 시작된다.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사색했다. 그 사색의 기록이 그가 남긴 명상록이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다듬으려 했다. 그가 말하는 사색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연습이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모두가 배워야 할 마음의 지표일지도 모른다. 강물은 흘러간다. 그 흐름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강가에 서서 흐르는 물을 바라볼 수는 있다. 어떤 날에는 그 물에 손을 담그고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물이 영원히 같은 물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다. 모두 흐르는 강물처럼 조금씩 변해간다.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관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 비로소 서로를 조금 더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변하지 말라고 붙잡는 대신 '지금 여기 함께 흐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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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남는다. 변화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의 여유다. 어쩌면 삶의 지혜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같은 강물에 손을 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오늘의 물, 오늘의 사람, 오늘의 마음을 소중히 바라보는 것. 흐르는 강물 앞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것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흘러감을 이해하는 마음의 예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