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클리닉에서 만난 사람들
온화하고 맑은 얼굴빛은 마음에서 오는 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에 잡티가 생겼다. 그래도 예쁜 엄마를 닮아서 피부는 괜찮는데 이제는 세월이 주는 표시가 하나둘씩 나타나 있다. 얼굴 왼쪽에 도두라지게 거뭇한 두 개가 거슬려서 언제부터 피부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다. 얼굴에 생긴 잡티는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성형에 관한 것은 다 꽤고 있는 여인이 재촉을 했다. 햇빛이 강하지 않고 상처가 아무는데도 요즘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피부과에 예약을 했다. 피부과와 성형을 같이하는 병원이고, 연휴가 길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긴 연휴기간을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가끔 비부과 관리를 받으면서 느꼈던 모습이랑 요즘 달라진 것은 동안 클리닉에 여자보다도 남자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대부분 얼굴에 부분 마취크림을 바르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였다. 20대로 보이는 아들이 아버지랑 함께 부분 마취 패드를 붙이고 있는 걸 보니 새로운 모습 같았다.
젊은 남자들과 중년 남자들이 얼굴에 관심이 있는 걸 보면 좀 더 예쁘게 멋있게 꾸미고 싶은, 심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관심사가 된 듯하다.
얼굴에 생겨난 작은 티끌이라도 깨끗하고 말끔히 없애려는 생각은 남녀 구분 없는 시대가 된듯하다.
예전에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여자의 구역이었는데
이제는 남녀 모두의 관심이 되었다는 것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요즘은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좋은 인상을 주려면 먼저 깨끗한 피부가 되어야 한다. 맑고 깨끗한 피부가 젊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잡티가 있는 부분에 마치 크림을 바르고 십여분 기다리고 나면, 레이저로 검은 부분을 태워버리는 시술을 하게 된다. 조금 역한 살타는 냄새와 따끔따끔하면서 소스라치게 몇 번 놀라면 끝나는 시술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마치고 간단하게 하는 시술이다.
다행히 나의 차례를 잘 마무리하고 병원의 간호사분이
친절하게도 시술받은 후의 관리 방법을 자세히
설명을 듣고 있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어린 여학생과 학생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병원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간호사와 학생의 엄마와 세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렸다.
"선생님~ 내 얼굴 많이 돌아온 것 같아요!~~"
"그럼~ 많이 좋아졌어..."
많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따가운데 정작 그 여학생은 본인의 상황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화상 부위가 제법 넓어서 놀랐고 성격이 초긍정이라서 놀랐다.
바로 옆자석에 앉게 되어서 상처가 내게 더 아프게 전달되었다.
예쁜 얼굴을 "어쩌다가 그랬을까~"하는 내 자식 같은
마음으로 회복되기를 기도했다. 한창 예쁜 것에 관심이 있을 나이인데 여학생이 감당하기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 여학생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인간은 충격적인 경험을 하면 극도로
약해지는 존재이지만, 또
원래대로 회복하려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에
비록 지금은 한참 우울한 날들이 많을지라도,
그 여학생이 미래를 살아가는 힘이 꼭 존재하리라고
믿고 싶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먹고사는 것이 여유로워지면서
겉으로 보이는 부분인 얼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을 들인다.
모두가 조금씩 다른 모양을 가지고 동안 클리닉에
모인 사람들이지만 얼굴에 생긴
작은 잡티라도 제거를 하면 더 예뻐질 것 같은
커다란 심리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 회복의 작은 표현일 것이다. 누구나가 확 바꿔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예뻐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얼굴빛이 환하게 하는 정도로, 피부과의 작은 도움을 받을 뿐, 그리 확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단지 기분일 뿐이다.
아무리 시술이 좋고 의술에 의존한다고 하더라도,
얼굴의 전체적인 인상은
평소에 가지는 심성과 연결되어 있다.
마음의 상태가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온화한 인상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얼굴빛은 평소의 마음 가짐에서 쌓아 둔 것이라서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이 얼굴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큰 사건일만큼 고민거리를 마주하고 극복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대부분 세월의 흔적으로 얼굴 인상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얼굴에도 나타나는 세월의 조각들은 거역할 수 없다.
그래도 기분 좋게 마음 안에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마음으로 다독여야 보이는 얼굴이 여유가 있다.
그리고 기분 좋을 때 과하지 않게 한 번씩 동안클리닉에 도움을 받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마음 안에 그래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글 쓰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낯빛이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