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수히 많은 전문 서적이 있지만, 그중에서 논어 다음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작인 '월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잡한 인간의 삶에서 벗어나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직접 작가가 지어서, 그곳에서 일상을 기록하며 자연과 더불어 자기 성찰을 느끼며 썼던 에세이다. '월든'이 아주 오래된 책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열광하는 것은, 가장인간적인 것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로우작가 지식의 배경이 서양철학과 신학, 동양철학이 깊숙이 들어 있어서 작가의 사유가 넓고 깊다는 것이 책 속에서도 곳곳에 묻어있다.
삶의 본질적인 진실만을 마주 보기 위해서 작가 스스로 고민했던 것이, 그대로 책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2년 남짓한 경험을 가지고 책을 내기 위해서, 10년이라는 기간을 거쳐서 퇴고를 했을 만큼 애정을 들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진실이며, 어떤 것이 중요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를 작가는 자연에서 찾으려 했을 것이다.
자연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두었고,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해석을 하고 그대로 삶을 녹여냈다. 길가에 작은 풀 한 포기, 숲 속에 날아다니는 새들과, 호수에 노닐고 있는 물고기 한 마리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연의 모든 움직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작가의 오랜 시간 고민했던 흔적은 인간관계의 일침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며 조심스레 꺼내 놓는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얘기한다.
'방 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가 더 고독하다고' 말한다.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작가가 말하는 것에 수긍이 가는 것은, 여러 사람이 모이면 때로는 더 피로할 때가 있고.
자주 만나면 사실할 말이 없을뿐더러
혼자 뭔가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좋다는 것.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지만
혼자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것을, 소로우작가는 말하고 있다.
작가처럼 지식이 넘치게 쌓여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지만, 어쩌면 마음의 중심이 마구 흔들리는 평범한 이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야 안심이 되는 것처럼, 그 속에서 상처받고 상처 주고 하는 것이 다반사처럼 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삶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숲으로 들어간 자연주의 작가가 안내하는 것은, 삶을 단순하게 하면 외로움도
궁핍도 내면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큰 울림일 것이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 세상이 넓어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잊고 지낸 것들이 하나씩 보일 테니까.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것 중에서 살가운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꼭 소로우작가처럼 월든에 가지 않더라도 좀 더 여유 있게 충분히 심호흡을 하고, 삶을 만나는 것이다.
가끔 말 수를 줄이고 때론 외로이 내 길을 가는 것이
내 인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