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내린 날
직지사 가는 길은
유난히
곧고 희고 길다.
이내
차분해지는 생각들
다다르기 전에
하얗게 펼쳐진
입구부터 수행이다.
직지사에는
하얀 눈이 내리기
오래전부터
외로이 흔들리는
풍경 하나가 있다.
대웅전에
지펴 놓은 향불이
새하얗게 피어오른다.
눈 내린 다음날
강렬한 추위에도
숙연하게
이어지는 발길들
세상걱정
없는 이가 있을까.
고개 숙이며
발아래
그림자만 보고
돌아서 나올 때
직지사 풍경이
설핏 따라 움직인다.
내 맘을 다 안다고
충분히 알았다는 듯
눈 녹으면
저 멀리 봄이 온다고
직지사 풍경소리
맑게 울린다.
희망을 주는
긴 여운의 소리
발길을 멈추고
순간을 멈춘다.
맑고 투명하게
내 앞길 비춰 주듯
한 마리
눈먼 물고기 풍경은
그렇게
내 맘을 아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