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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an 26. 2024

오늘 하루

소중하게 주어진 하루



보이차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사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던가.


저녁이 되자

펑펑 내리던 눈이 그쳤다.

찬기운이 잔뜩 내려앉았다


커튼 사이로

바람 한 자락이 들어와

펼쳐진 책이 펄럭이고,

몇 개의 문장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내린다.


주위에 떨어진 활자들을

서둘러 주울 때

어느 다가와

말을 거는 수많은 어둠들.


가족들이

집으로 향하는지

연신 문자가

띵동 린다.


가족들 오늘은

어떠했을까

힘이 들진 않았을까

좀 더 나은 오늘이었을까.


조금씩 다른 모습

조금씩 다른 표정으로

오늘이 될 테지만

벗겨도 벗겨도

결국에는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

오늘들.


삶이란

그런 것일까.


대단한 것을 훔쳐보듯

내게로 온 맑은 하루가

서서히

오래된 무거움이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풍경을

홀연히 지켜보는

일에 대하여. 


단지

나는 조금

쓸쓸해지는 정도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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