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바라는 것은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연락이 뜸하던 지인에게 문자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열심히 잘 지내고 있겠지 했는데 남편과 갈등이 있다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예전에도 가끔 토닥거리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한때 또 부부싸움이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각하게 갈등을 겪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남편 성격은 꼼꼼하고 계산적이고 조용한 반면에 그녀는 애교 많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그 부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 있냐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 집 남편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사람이고 그녀는 모든 걸 함께 공유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라서, 서로의 요구가 확연히 달라 매번 다툼거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문을 쾅 닫고 그녀의 남편이 나가버리고는 연락이 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전긍긍 괴로워하고 있다. 그녀에게 어떤 위로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위로 말고 조언을 해달란다.
부부만 아는 세상살이를 어찌 조언을 하겠는가.
그 집 남편은 그녀의 넘치는 말과 과한 리액션을 늘 불만으로 생각했던 것.
매번 그 집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집에서는 말을 줄여, 말 좀 줄여..."를 입에
달고 살 만큼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집 남편 말대로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하다면 잠시 내버려 두고, 다그치지 말고 가만히 그냥 기다려 주어야 할 것이고,
그러면 며칠이 지나면 먼저 말을 걸어올 테고,
아내가 노력하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남자는 돌아올 것이다. 너무 다그치지 말고
조용히 놓아주기도 하고, 남자는 주기적으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 못하게 하면 더 깊이 들어가 뻗대는 것이 남자 아닐까 싶다. 부부사이에 크게 어긋난 것이 아니라면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리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모든 갈등이 생기면 알면서도 참아주고 지금은 속상해도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상대방은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부사이에 뭐든지 모든 걸 짚고 넘어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잘못이 있어도
잠시 참아 주고, 억지로라도 귀를 열어 잠시 느린 호흡을 가지고 잠시 한 템포 물러서 보면, 내 안의
화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풀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때로는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말과 말 사이에 적절히 서로에게 향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부는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쉼을 두지 않을 때가 있다.
부부사이라도 말을 지나치게 과하게 한 날은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하다. 넘치게 쉽게 내뱉은 말은 아니었는지 조용히 상기를 해보아야 한다. 부부가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으면 그런 날은 차분하게 내려놓는 의미로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책에 빠져들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다소곳이
듣는 것이라서, 잠시 말하고 싶은 욕구가 차분하게 진정이 된다. 그런 방법으로 서로 간에 잠시 쉼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갈등이 일어나면 한동안 소중한 시간이 소모된다. 다시 감정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마구 던져놓는 말로 시작되는 갈등이었다면 잠시 말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고
잠시 시간을 가지고 나면 다시 그 관계가 회복이 된다
가족은 소중함을 아는 존재라서 누구라도 먼저 손내밀면 다시 회복을 한다.
그녀가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애교가 과하게 넘치라도 하면, 그녀의 남편은 참다가 한 번씩 귀엽게 폭발하는 것 같아서 지켜보기에 재미난 부부다.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맞지 않아서 죽을 만큼 힘들 때가 있다. 그것을 습관처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부부는 세상을 살면서 잔잔하게 묻어있는 복잡한 관계를, 조금 더 내쪽으로 유리하도록 당기려는 심리에서 충돌하는 것.
어쩌면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생을 다할 때까지 거듭해야 하는 고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