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얼마나 얻어지는 걸까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자해다"라는
몇 개의 독서 토론 모임을 가지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한 가지 책을
깊이 파해쳐 보고 한 발짝 더 나가서 각색을 해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토론과 하는 걸 좋아하고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시간을 참 행복해한다.
지난 시간에는 어떤 이가 한 해에 500권을 읽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다.
감탄과 찬사의 눈빛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바른말을 잘하는 이가
최대한 예의를 가진 말투로
"정말 대단하세요~" 한다.
그리고는 심술이 발동했는지
"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제차 묻는다.
"어찌 그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잠시 휴식시간일 때 바른말 잘하는 이가
쬐그마게 궁시렁거리며 흘리듯 얘기한다.
"그런 건 집에서 일기에나 쓰는 일 아닌가?"
다들 500권이라는 것에 화들짝 놀랐던 것.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몇몇은 서로 눈빛으로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야"라고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질투가 났던지
그곳 분위기는 잠시 술렁였다.
아마도 비싼 가방을 들고 뽐내듯이 그녀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자랑을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녀가 거짓을 얘기하고 과하게 얘기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왜냐면 토론에 열심이었고 매번 깊이 있게
속속들이 깨알 정보를 꺼내 놓았던 걸 보면
책을 많이 접한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툭 던지듯이 꺼내 놓은 말,
일 년에 500권이라는 단어에 다들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런데 속독을 해서 읽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자해다"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그 말은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말이다.
그 고민을 다시 들춰내어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압력이 너무 높아도 탄력을 잃는 것처럼,
나 자신의 주체적인 사색 없이
책에 있는 것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말일 것이다. 책도 타인의 생각인데 내 안에 타인의 생각이 독식을 하면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 또 타인의
생각과 나의 것이 섞이여 적당히 영향을 받는
뭐 그 정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확히 경계를 구분하지는 못하지만
쇼펜하우어는 "나만의 사유 시간"을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흔히 책을 잘 읽으려면 추천 도서 목록을
먼저 확인을 한다. 그 추천 도서는 꼭 읽어야 하는 것처럼 남이 읽었던 책이 나에게도 좋을 수는 없다.
나의 개성, 성격, 취향, 수준,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은 나의 개성을 아주 잘 길들여가는 것이고
책이 또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 정답은 없는 것이다. 나의 개성에 맞게 책을 선택하는 것이고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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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 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인간과 그 어떤 존재에게 작은 통로가 되는 일이다.
책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과 나의 변화가 버무려지면
내 속에서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테고,
말하지 않아도 나의 태도가 중심이 되어
그것이 어떤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