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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과 노란 개나리

이맘때 생각나는 하얀 목련 노란 개나리

by 현월안



고향집 널따란 마당에는

이맘때 피는 목련 한 그루와

개나리 울타리가 있었다.


감성이 예쁘게 뿌리내릴 무렵,

그것의 존재가

내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해마다 봄이면 그곳에 마음을 두고

어디로 못 가게 붙드러 두었다


새하얗게 목련꽃이 피어나고

개나리 꽃잎이 무성할 때

톡톡 터지는 예쁜 감성은

일기장을 가득 채우고

시가 되고 시인이 되었다


아버지가 전지가위를 들고

꽃나무 가지치기를 하실 때면

수북하게 잘라낸 가지를 보고는

내손발이 잘리는 것 같아서

쳐내는 가지에 마음이 찔리는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아지랑이 피는 봄날에

사방을 예쁘게 물들이면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괜히 설레었다

순백색 목련이 새하얗게 수놓으고

노란 개나리가 마구 쏟아져 내리면

고고하게 꽃 피운 그 아름다운 절정을

나는 보았던 것


꽃이나 봄이나 사랑조차도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대를 가득 안고 있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


순백색 목련과 노란색 개나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봄날을

일기장에 꽃잎을 새어가며

마중을 하고 또 떠나보냈던 기억들


이맘때 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흩어진 향기가 나풀거린다.

그곳에 있던 진한 향기는

봄이 되면 생각나는 되새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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