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호산나 미장원'
그때 잠시 누린 엄마의 시간
그 옛날 꼬마였을 때 엄마 따라
미장원에 갔다
엄마가 파마하는 날 그날은
종갓집 종부의 삶을 내려놓고
고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날
호산나 미장원이라고
낡은 간판이 붙어있던 언제나
한 곳만 고집하시던 정직한 단골손님
미장원 마당에
빨간 사루비아 꽃과 과꽃이
피어있었고
파리똥이 까맣게 붙은 액자 속에는
돼지새끼가 어미젖을 물고 있는 그림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
동네 멋쟁이들이 가득했던 미장원에는
화려하게 분칠을 하고
껌을 딱딱거리며 씹고 있던
원장님이 왕초 같았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정이 착 붙게
인사를 하면 엄마는
세상 행복한 얼굴로 화답을 했다
행복하게 웃으시던 엄마의 얼굴
라디오에서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흘러나왔다
이미자는 노래를 잘 불러서 일본에
"목을 팔았다지?"
돈주머니에 돈이 가득했던 계주 아줌마가
세간의 가십거리를 쏟아내면
모두가 까르르 웃었다
모두가 뽀글이 파마를 하고 옹기종이
모여 앉아 세상 행복하게 웃었고
그곳에서 삶의 시름을 놓았던 것
호산나 미장원은 정이 듬뿍 담긴
여인들의 소통의 장소였다
엄마 손잡고 미장원을 나서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건전가요가
발길을 재촉했다
어서 가서 저녁을 짓어야 했고
다시 고된 삶의 수레바퀴 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엄마의 잰 발걸음
그때 엄마의 외출은
느린 화면의 영화처럼
아주 잠시 누린 여유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