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生)의 연결

생은 아주 조금씩 익어가는 과정

by 현월안



난생처음으로 부분 염색을 했다

처음에 생겨난 그 색으로

까맣게 물들이고 나니까

기분이 묘하다

세월을 맞이했을 뿐인데

하나둘씩 헐거워진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기름기를 좀 빼고 색이 낡아야

다음 생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정직한 순리


숲을 지날 때면 작고 큰 나뭇가지들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곤 한다

쓰러진 나무와 살아 있는 나무의

어우러짐과 받아들임

살아있는 나무가 생을 다 한 나무를

껴안고 모두 제 몸으로 흡수한다

때가 되면 내어주어야 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가 마주하는

자연의 이치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그 자리를 다음사람에게

내줄 수 있기에 귀한 것이다


뭐든 영원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임을

새치가 좀 있으면 어떠하랴

누구나 공평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을

자연의 이치에 정직하게

순응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봄 숲에는

죽은 나무가 내어준 자리에

살아있는 나무가

화려하고 찬란하게

봄을 피워 올렸다

연초록 빛 숭고한 새잎은

지난 것과 새것의 어우리짐


생은 설명이 되지 않는 신비를

품고 있어서 아름다운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