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연결
생은 아주 조금씩 익어가는 과정
난생처음으로 부분 염색을 했다
처음에 생겨난 그 색으로
까맣게 물들이고 나니까
기분이 묘하다
세월을 맞이했을 뿐인데
하나둘씩 헐거워진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기름기를 좀 빼고 색이 낡아야
다음 생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정직한 순리
숲을 지날 때면 작고 큰 나뭇가지들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곤 한다
쓰러진 나무와 살아 있는 나무의
어우러짐과 받아들임
살아있는 나무가 생을 다 한 나무를
껴안고 모두 제 몸으로 흡수한다
때가 되면 내어주어야 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가 마주하는
자연의 이치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그 자리를 다음사람에게
내줄 수 있기에 귀한 것이다
뭐든 영원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임을
새치가 좀 있으면 어떠하랴
누구나 공평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을
자연의 이치에 정직하게
순응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봄 숲에는
죽은 나무가 내어준 자리에
살아있는 나무가
화려하고 찬란하게
봄을 피워 올렸다
연초록 빛 숭고한 새잎은
지난 것과 새것의 어우리짐
생은 설명이 되지 않는 신비를
품고 있어서 아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