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이면을 읽는 사람들
말의 쉼을 아는 이들
오래 알고 지낸 작가들을 만났다. 연배가 넓게 섞여 있는 모임이다. 언제나 만나면 편안한 사람들이다.
글을 쓰며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서
생각의 모양은 각기 다르지만 대부분 차분한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다. 차분하게 길들여진 여유에서 뿜어져 나오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익숙하다.
다들 얼굴 표정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고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모두가 커다란 생각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깊고 넓어서 차별이 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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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만남의 주된 목적은 미리 정해 둔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하거나 사회의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각기 다른 생각과 서로의 의견으로 책 한 권을 깊이 사유하고 서로 다른 이면을 꺼내어 신랄하게 평을 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그 시간은 서로의 이견이 날카롭게 오가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견해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스파크가 튄다.
생각이 촘촘하게 쪼개어지고 모두 팽팽하게 날이 선 그 시간을 다들 즐긴다.
깊숙한 내면에서 건져 올린 범상치 않은 각기 다른 생각으로, 샤프하게 긴장을 끌어내어 쫄깃하게 즐기는 사람들이다.
사정없이 갈구하고 허기를 한계에 이를 때까지 몰아
붙이고는 서로 생각을 다투어
당겼다 놓았다 풀어헤치고는 언어의 고삐를 살짝 내려놓는다.
매시간 앎이 가득한 그 시간이 좋다.
다들 목마른 사자가 시원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왜 그렇게 다들 즐기는 걸까. 찰랑찰랑 넘쳐흐르는
그 무언가를 쏟아내려 하는 사람들.
다들 환자인 것처럼
다들 병적으로 즐기고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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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그 모임에서만
나타나는 묘한 현상이 있다. 불꽃이 튀는 것처럼
의견이 대립하는 시간
누군가 첨예한 언쟁을 조절하고 살짝 내려놓으면 한없이 부드러운 여유까지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은
그곳에서만 있는 묘한 분위기.
말의 깊숙한 너머에 있는 쉼표까지도 눈여겨보고
읽어 낸다.
말하는 사람의 이면에 숨어있는 것까지 포착하고 숨은 표정까지 읽어낸다.
서로 생각을 주고받다가 나지막이
"그럴 수 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요"
"괜찮아요~"
편안하게 이끄는 이에게 모두가 부드러운 이끌림으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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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하는 것을 들으려는 혜안과 작은 토시하나까지 관심 두어 끄집어낸다.
가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가 가득해서 상대방의 쉼표까지 읽어 내는 그 모임에서만 나타나는 귀한 현상이다.
어디에도 없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에
마음이 늘 쾌청하다.
참 맑음을 느낀다.
누군가 꺼내는 말속에 고통이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있듯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단련이고 내공이다.
모두가 천천히 믿음으로 주고받는 언어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말들.
말할 수 없는 고통까지도 들을 수 있는 감각은
생각을 깊이 한다는 것이고,
언어의 품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면에 숨어있는 생각과 말하지 못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혜안은
꽉 차면 무언가 보이는 자연스러운 진리가 같은 것일까.
말이 위안이 되고 편안하게 이끄는 사람들을 보면
언어를 사용하는 온도와 앎의 깊이가 다르고
오랜 시간 길들인 여유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