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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ul 04. 2024

뇌졸중 환자와 23년, 사촌동생 '윤정이'

몸으로 헌신하던 위대한 삶




   아주 오래전 고모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학생이던 사촌 동생들은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어려운 조건에 놓였 

고모부마저 일찍 돌아가신 상황이었다.

당시 고모가 하시던 정육점은 장사가 잘되어 돈을 좀 번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잘 됐다.

고모가 쓰러지고 정육점은 고모의 시동생이

맡아서 운영을 하게 되었고

어린 사촌동생들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야 다. 정육점은 여전히 잘 된다는 소문이 있었고

정육점 하고는 사촌 동생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고모는 병원에서 오래 계셨지만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증 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

4남매 둘째인 대학생이던 윤정이가 맡아서 고모를 케어하되었고,

책임감이 강하고 인간적인 정이 많은 똑똑한 윤정이가

애써 자처했을 것이다.

이후로 23년이라는 세월을 사촌동생 윤정이 손에서 돌봄을 받다가 고모는 세상을 떠나셨다.

자그마치 23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설명을 할까...

그 시간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윤정이는 어찌 그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혈육인 엄마의 끈을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일 테고

현명한 사람이 감당하려는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윤정이가 지나온 시간은

보통 사람들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윤정이는 작은 소도시에서 소문이 날 만큼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고모의 자랑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사실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을 또 있을까. 좋은 머리를

그대로 살려서 윤정이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고모를 캐어 하겠다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회사

취업을 하지 않고, 고모를 돌보면서 집에서  수 있는

수학 전문 과외교습소를 운영했다.

그것이 지금껏 윤정이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고 수학을

전공했으니 윤정이 특유의 밝은 성격이 더해져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강의하고 그곳에서는 아마도 수학 1타 강사쯤 될 것이다.



   그때 윤정이네 집은 고모를 보러 친척분들이 자주 드나들었기대문을 열어 놓고 살만큼 윤정이의 삶은 분주했다. 오랬만에 찾아가기라도 하면 힘든 내색 없이 초롱초롱하고 예쁜 눈을 가진 윤정이는 늘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는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따뜻하게 다가왔. 두 눈은 총명하게 반짝이고 가녀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이 있던 윤정이다.

만나면 늘

"우리 윤정이 애쓴다~"

라는 말뿐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웃음으로 답을 하는 윤정이를 바라볼 뿐, 고모를 지극정성으로 캐어하는 모습매번 놀라웠다.

아마도 윤정이는 "엄마라서~~" 무한의 힘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예쁜 고모를 닮아서 사촌동생 4남매는 모두 얼굴이 예쁘고 웃음이 많다. 동생들이 성격이 밝고 명랑해서 만나면 기분이 좋다. 4남매 모두 서로 우애가 남다르 윤정이를 중심으로 모이고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곁에서 보기에도 좋다.

고모를 케어하면서 윤정이는 마음 착한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고 잘 살고 있다.

뇌졸중 환자가 혼수일 만큼 고모를 모시고 살았으니

윤정이 신랑이 대단히 성숙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함께 큰 산을 넘은 두 사람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위대한 몸소 실천한

요즘 보기 드문 부부다.



   작년여름 친정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윤정이를 만났다.

우리 엄마가 윤정이게는 외숙모가 되고

우린 살갑고 가깝게 지내는 가족이다.

다행히도 윤정이는 편안해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윤정이에게 브런치스토리를 아냐고 물었더니 브런치스토리를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때 꼭 브런치 작가가 라고 일러주었다.

얼마 지내지 않아 윤정이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윤정이는 이제 23년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작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쓰는 사람이

작가인 것이다.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무한한 내재된 시간이 있기에 윤정이는 분한 작가 자격이 있다.

이제는 윤정이의 시간이 온 것처럼 차분하게 써 내려가면 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치유라서 쓰면 쓸수록 자존감이 높아지고,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서 윤정이의 시간을 시원하게 풀어내면 된다. 자유롭게 날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이다.



                          ◇□○■●□◇○



   가끔 '인간의 기본 예의 무엇인가'를 두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내게 '주어진 도리를 어디까지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두고 생각하게  때 윤정이를 떠 올리게 된다.

사람이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을 두고 매번 이럴까 저럴까 갈등을 하게 된다.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긴 시간 실천하라고 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윤정이 처럼 책임과 역할을 몸소 해내는 이가 있다는 것은 사랑이 담긴 선택 위대하고 가치 있는 삶의 실천인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귀한

책임감이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최고 단계 '성숙'으로 구별되는

것이라서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윤정아 고생 많았어~♡

많은 사람들 가슴에 남겨진 윤정이'헌신과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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