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엔

어딘가에 있을 엄마 내음

by 현월안



남쪽에서 불던 바람이

비구름을 몰고 오더니

그만 장마인가 봅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 사이로

더욱 선명해진 꽃가지가 춤을 춥니다

돌아선 자태가 잠시 흔들리더니

한없이 예쁘던 그 꽃잎이 집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어느 날 이별하는 것처럼

툭! 하고 그 꽃이 이별을 합니다


님이 떠난

님이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육체처럼

뭉클하게 떠 오르는 기억들

문득문득 어딘가에 있을 형체처럼

기억 저편에 남겨둔 향기들

때론

삼킬 수 없을 만큼 그 진한 사랑이

그리움이 되어

홀연히 나타나는 그때의 모습

비바람에 실려 오는 내음

오래된 익숙함이 밀려옵니다


님이 떠난 뒤

알아지고는 것들

이제야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 깊은 사랑을

이제야 이제야

뒤늦게 알아지는 어리석음을


비 오는 날엔

어딘가에 있을 님의 내음이

그리운 날입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세차게 내리는 날엔,

이유 없이 보고픈 날입니다

그래서일까

살짝 내려앉은 습기를 머금고

포근하게 온기를 품고 있던 게

한 움큼 남겨져 있다 날아갑니다

엄마 내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