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셈
내 몸에 쌓인 사람 관계의 여러 모습들
오래된 관계에서 보면
익숙해진 시간만큼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저마다의 장단을 알고 있다
내 몸에 쌓인 관계의 여러 모습들
이런저런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나도 모르게 관계의 순위를
매기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계산을 하며
손익을 따질 때가 있다
이럴까 저럴까
본능적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젠
계산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모든 관계의 계산은 그리
맞지 않는 어림짐작일 뿐
어색하고 소원해지는
내가 옳다는 강한 아집만 남긴다
관계의 오류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와 같고 모든 계산은
그 눈덩이의 지름을 재는 일과 같다
계산한다는 것은
순간의 확신을 초단위로
환산해서 초라하게
나를 갉아먹는 어리석은 일이다
눈덩이가 되어 구르는 동안
괴로움의 옷을 입기 때문이다
이젠 계산하지 말아야겠다
계산하지 않아도
돌위어 뿌리내린 풍란처럼
제법 향기를 내며 지내왔으니까
아무리 관계가 부담스러워도
다 지나고 보면
의미 없이 애쓰는 일뿐
내가 살아있음에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을 많이 써 본 사람은 안다
사람과의 관계의 총량은
어림잡아 덧셈일 뿐이다
결국 인생의 질료로 쓰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