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커피를 마셨더니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잘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생각은 더 또렷해진다.
냉장고에서 물 한잔을 꺼내어 마셨다.
오늘의 일과를 거슬러 생각의 타임라인을 따라가 보았다.
뚜렷하게 도드라지는 일은 없었다. 습관적으로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들뿐이다.
온갖 감각들이 밀려오고 깊숙한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스며들었다.
알 수 없는 생각과 아직 일어나질 않은 걱정까지 모두가 뒤섞였다. 언제나처럼 많은 생각을 내려놓지 못한 채 움켜쥐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과 혼란스러운
잡생각으로 소용돌이를 한다.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계속 시간만 흘러간다.
눈을 감아도 깜깜하고 눈을 떠도 깜깜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다. 왠지 낯설기도 하고 또 익숙한 불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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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 저 생각으로 가득한 머릿속에는 무엇인가를
잔뜩 움켜쥔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나에게 묻는다.
"고민이 뭐야?"
쉽게 대답을 못한다.
"너에게는 모자란 게 얼마나 많은 줄 아니?"
"더 달려야 해~"
무의식 속에는 자꾸만 더 앞으로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쫓김이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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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두가 힘껏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겠지?
하나를 얻으면 그 하나의 소중한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또 다른 것을 향해 달린다. 쉼 없이 그다음에는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서 말이다.
모두가 삶을 그렇게 살고 있겠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더 나은 그다음의 삶이 또 기다리고 있듯이 삶은 채찍의 연속이다.
수많은 공상을 하다가 바닥에 슬그머니 누웠다.
앞으로 앞으로 쉼 없이 계속 나아가기만 해야 하는 삶은 대체 언제 편안하게 멈춰야 할까?
고민이 된다.
살랑살랑 바람의 움직임만 바라보며 여유로울 때가 오겠지?
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삶을 단단히 잡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충분히 살아내고 있다고...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때를 아름답게 회상하게 되는 때가 오겠지?
그 진한 삶을 마주 했을 때 그 어딘가에 머물렀던 시간도 생각도 모두가 엷은 파스텔톤으로 바뀌어 있을 때 있겠지?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진심으로 생각에 생각을 따스하게 더해본다.
매번 고민의 결과는 헤아릴 수 없이 가여웠다가도 또
생각을 바꾸면
스르륵 위안이 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내 안에서 나온 소중한 생각은
어디 가지 않고 그곳에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본 것, 내가 아는 것, 내가 믿고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조금 더 나은 모양이 되지 않을까?
잠들지 못하고 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기억들과
수많은 생각을 끄집어내 펼쳐 놓곤 한참을 바라보았더니
어렴풋이 생각이 손에 잡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각은 점점 더 많아지고
고민하는 시간은 해를 거듭할수록 무언가 조금씩
나의 색으로 굳어간다. 나와 마주하는 불면의 시간이 요즘 불쑥 많아진다. 고민하는 생각의 끝은 매번
별일 없는 삶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살아갈 뿐이다.
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