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정상에서 드는 생각

자연이 들려주는 희망

by 현월안





겨울산 북한산에 올랐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군데군데 잔설이 보이고

머리에 내리쬐는 겨울 햇빛과

귀에 스치는 싸늘한 바람이

그리 싫지 않다

가슴을 펴고 오감을 다 열고

정상의 기운을 맞이한다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겨울 꼭대기 칼바람과

하늘과 맞닿은 산봉우리와

북한산의 위엄이 장관이다

변화가 많은 자연 속에

그대로 젖어본다


바람은 차가워도

몸에서 나오는 열기

흠씬 젖은 느낌이 황홀하다

자연 앞에서는 희망도 좌절도

덧없이 사라지고 진실로

중요한 것만 알게 되는

신비한 체험

대자연은 말없이

내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자연 그 자체로

매 순간이 완성이지만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자연,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

희망이 거기에 있음을,


대자연 앞에서 지난 삶이 스친다


삶의 고비를 이겨내려고

미숙한 희망을 부여잡고

허덕이던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세상을 산다는 것은

즐겁고도 대단히 버거운 일이다


겨울 햇빛이 따사롭게 비춘다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고드름 아래로 톡톡 떨어진다

북한산이 단지

아름답다고 하면 부족한 말,

북한산 정상은 애잔하면서도 매혹적이다

덕지덕지 엉기어 있던 생각들이

겨울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흩날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