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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달콤한 지금의 시간

잘 지나온 지난 시간

by 현월안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해갈수록 소소한 일상이 온통 고맙다. 이제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소란스럽고, 시도 때도 없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알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끔은 어떤 밤에 노여움으로 온밤을 새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고 속상하기도 하고, 괜한 노여움에 무의미한 한숨을 내뱉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만큼 행복이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



살다 보면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고민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

삶의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인생을 깊숙이 경험하는 일은 마음이 시리고 아프다.

삶은 고통과 해결되지 않는 것들의 연속이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지리멸렬한 일들의 연속이고 알 수 없는 모순이 들어있다.

살아가는 경험이 무언가를 남기든 빼앗든,

유익하든 해롭든 모든 것이 삶이라는 영역 안에 뒤섞여

있으니 삶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인간의 삶은 똑바른 길이 아니라서 더 가혹하고 혹독하다.



대단할 것 하나 없는 나의 삶이지만 한때 휘모라 쳤던

과거의 일들이 이젠 희미하게 옅어져 간다.

아무리

삶의 고통이 어느 날 다가와서 폐부를 찔러도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지나가게 되어 있다.

모두가 삶은 견뎌낼 만큼의 고통이라고 하니까 그저 시간을 견디고 오늘을 살아가면 된다.



이제는 삶을 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소란스럽지도 고통스럽지도 않고, 담백하게 삶을

긍정할 수 있고, 얼마든지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삶이 촘촘하게 다가오고 우렁차게 울부짖음도 지나고 보면 보잘것없고 사소한 것임을 아는 때가 되었다.

나의 주변에 검게 드리운 것들이 다 벗겨지고 이젠 엷은 파스텔 향기만 가득하다.

잘 지나온 나의 삶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인생을 살다 보니 그럭저럭 내게 연습된 긍정의 변화다.


___________***


인사동 미술관을 둘러보다가 평화로운 가을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걸어온 길인 듯해서 한참을 보았다.

멀리 보이는 곳은 적당히 흐릿하고 가까이에 있는 풍경은 온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지금 그대로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한참을 응시했다.

풍경에 속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서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도 그림의 일원이듯 그 여유로움까지

내가 나를 알아차린다는 것이 소중한 것이다.



삶은 풍경 그림처럼 그 공간을 오롯이 비추는

한 편의 드라마의 연속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는 길게 이어져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처럼

삶도 견뎌내면 편안함이 곁에 따라온다.

누구에게나 인생길을 가다가 보면, 또 버티다 보면

부드럽고 포근한 따스함이 찾아온다.

삶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닌 내가 만든 세상이다. 나의 삶은 내가 해석해 놓은 세상이고

이제는 내게도 세상이 따스하다.

순간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게 감사한다.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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