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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맞을까

by 현월안




오래된 모임에서 여인 둘이서 옥신각신 말싸움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잘잘못을 확인하느라 온갖 힘을 다 쓰고 있었다. 곁에서 보기에는 별 시답잖은 일 같은데 둘은 날이 서있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논쟁은 길게 이어졌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과거에 있었던 일을 들춰서 기억이 가물거리는

일을 서로 확인하느라 서로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었다.

오해만 부풀어

둘은 결국 서로 상처만 가득 안고 자리를 파하고 말았다. 다음에 만나면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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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보고 싶은 것만 본다.

또 눈에 보이는 사실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은 사실만 믿는다. 그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면서 말이다. 사실 있는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인간은 유리하게 착각을 한다.

모든 것이 내 기준에 맞고 판단하는 것은 내 것이 모두에게 맞아야 한다고 고집부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때로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고

다양하게 보아야 하고 쉽게 현혹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본 것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진짜 진실을 보게 되지 않을까?

자기 객관화를 하려면

나의 습관에 설득당하지 않고 오래된 편견에 굴욕 당하지 않아야 한다. 편협한 시선으로 감성적인 것에 빠지지 않고 나의 옳음에 중독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그래도 중심 볼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한다.

사실 눈에 보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다분히 내게 유리하게 변하고

기억에 저장된다.

시간이 지나면

한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번개 같은 것의 기억들이 단순히 흘긋 바라보는 정도쯤 되는 낡은 기억은

온전히 내게 유리하게 기억되는 것들 뿐이다.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시간에 따라 원인과 결과로만 이루어졌다면 그 안에 있는 진실들은 대부분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사람이 가진 편협한 편견과 선입견을 한 반 짝 물러서서

조율해 본다면 나의 시각은 폭넓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 그때 그럴 수 있어"

"미안해~"

라고 먼저 던지는 말의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린 가끔 잊으며 세상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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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신각신 하던 여인들은 다음에 만나면 또다시 큰 눈덩이를 뒤집어쓴 채로 뭔가를 확인하려 하겠지?

어쩜 인생은 어느 날 이 세상을 놓고 홀연히 떠나듯이 어떤 대단한 오해가 있더라도 그쯤에서 덮어두고 놓아야 한다. 오해도 놓을 때가 후련한 것이다.

삶은 원래 정확하게 확인하면 할수록

알 수 없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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