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메리 크리스마스

성당에 다녀오다

by 현월안



축! 성탄,

오늘은 크리스마스 날이다.

추운 날씨인데도 단단히 여미고 많은 사람들이 성당에 모였다.

각각의 소망을 가지고 성당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가 얼굴빛이 밝다.

성당에서만 느끼는 포근함이 있다. 사람들 모두가

엷은 미소를 띤 천사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서로의 눈빛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따뜻한 분위기가 오늘은 더 좋다.



성당에서는 모두가 조용하게 기도를 한다.

마음속에 가진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기도한다.

누군가는 간절한 바람이 있을 테고, 지켜지지 못한 약속과 또다시 좌절된 꿈까지 모두가 절실한 사연이 들어있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라도 기대어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어느 사람에게도 내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가장 간절한 고민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곳이 주님이 있는 곳이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의 아픔을 아무 말없이 안아준다.

기도하며 위로받고 때로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또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한다. 너무 큰 위기를 맞으면 꿀꺽 삼킨 슬픔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상황에서는 울음만이 깊은 슬픔이 상쇄되듯

펑펑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눈물이 때로는 알 수 없는 영역으로 초대되어 깊은 곳에 응어리와 만나게 된다.

눈물이 흐르는 것은 나의 날것 그대로의 만남이고, 숨김없는 생생한 고백이고, 마음의 진동이 일어나는 진심이다.

성당에서의 기도는

간절히 쏟아내는 나의 눈물에서 어렴풋하게 손에 잡힐 듯 시원하게 해소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참 많이도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 위안을 받았다.



얼마 전에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명동성당엘 갔다.

명동 성당은 몇 번 가보았지만 매번 웅장함에 반한다.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아치형 천장과

끝없이 이어지는 내부의 회색빛 기둥들이 장관이다.

성당 내부와 외형은 곳곳에 예술적인 디테일과 고전적인 기품을 뽐낸다.

예술로 잘 정돈된 명동성당은 곳곳에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멀리 땅끝마을에서 왔다는 여인은

여행길에 명동성당을 들렀다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보통사람들은 벅찬 기쁨과 마주하고 또 세차게 비바람이 후려칠 때, 저마다의 안식처에서 위로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간절함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이유가 있어서 흘리는 눈물이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던가! 눈물은 늘 마음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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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 세계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위기가 찾아올 때 숨어버리는 '나의 안식처'

두 개의 세계는 모습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서로 움직임도 다르고 숨 쉬는 법도 다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세상은 혼란스럽고 시끄럽다. 내가 쉴 수 있는 나의 안식처는 포근하고 따뜻하다.

두 세계를 오가며 세상을 살아낸다.

이 세상이 견디기 힘들면 나의 안식처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평화를 얻으면 세상을 향해 또 한발 내딛는다.

오늘은

포근한 나의 안식처에 '풍덩' 안겨도 좋은 날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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