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재미로 살 수 있을까

진정한 어른되기 쉽지 않다

by 현월안



일 년에 두 번 정도 만나는 모임이 있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 만들어진 엄마들 모임이다.

바쁜 탓으로 자주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이젠 다들 중후한 세월이 묻어있다.

여러 사람 중에서 모습이 남다르고 화려한 여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늘 생각이 독특한 그녀가 많은 말을 쏟아냈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이젠,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미 써 버려서 그런지

삶이 너무 지루하지 않나요?"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요?"



그녀가 꺼내 놓는 말속에는 농도가 짙은 이야기가 가득하고 모두 불안한 말이 가득 들어있다.

오십 대 중반 여인의 쏟아내는 말이 모두 아슬아슬하다.

어디엔가 있을 재미를 애써 찾는 것처럼 색이 화려하고 호기롭다.

모두가 말을 받아서 다들 반격을 하기도 하고 동조하기도 한다. 저마다의 의견이 분분했다.

뻔한 대답부터 허를 찌르는 대답까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재미를 위해서 일탈이라도 해보겠다는 건가?"



우린 어쩌면 평범하고 별일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재미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평범한 날보다 고차원적인 특별함도 없는데 말이다. 평범한 날을 통해서 특별한 날이 주어지는 것처럼 인생의 맛은 오히려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 드러난다. 평범한 삶이란 그것을 얻기 위해 정직하고

진지하게 노력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다.



"그 여인은 뭐가 그리도 재미없다는 것일까?"

"톡 쏘는 재미가 있어야 삶이 활력일까?"

"세상을 향해 호기심 많은 어른의 세계를 동경한 것일까?"



가정을 만들고 살면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어서 혼자의 감정을 도드라지게 쓸 수는 없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고 자신에 대한 예의라서 어떤 틈, 빌미를 내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칫 호기심이 넘치면

근심으로 바뀌고 동경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녀의 말이 그날 질문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만 무성하고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면 한다.



가끔 나이에 맞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면 상상 속의 어른이든 자신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따라 성장한다. 때로는 어른 흉내를 내는 영원한 아이가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 ~~~~ ~~


나이가 들어서 설렘을 맘껏 쫓아 방황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는 용기가 아니다.

삶의 방향과 태도는 모두 사람마다 달라서 뭐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이가 든 만큼 안정되고 차분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날 그녀의 말은 말뿐이었기를.

혹시 그녀가 요즘 마음이 아픈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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