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서 오는 따스함
일요일 오후 딸아이가
"엄마 카페 갈래요?"
"그럴까?"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바닐라라테를 주문했다.
딸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으며
"스카프 색깔 괜찮은데요"
색감이 괜찮다며 칭찬을 한다.
딸이 소소하게 내게 가지는 관심과 내가 딸에게 가지는 관심은 서로에게 향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딸은 조용한 내면을 가지고 있어서 내게 질문도 늘 차분하다. 나지막하게 던지는 물음에 답을 하고 나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모두 사랑이 듬뿍 담긴 것들이다.
무엇을 고민하고 사는지, 무엇이 관심사인지 서로의 말속에 모두 들어 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내면을 꺼내어 살펴보기도 하고 함께 고민을 하고 모녀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커피 한잔으로 나누는 것으로는 괜찮은 시간이고 커피맛이 달다.
딸의 고민은 온통 이제 시작인 회사일에 있는 듯했다.
대기업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딸은 하는 일이 매번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라서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도, 그래도 나름 일을 즐기는 것 같고 잘 견뎌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소소하게 나누는 모녀의 대화에는 관심이상의 따스함이 듬뿍 들어있다.
딸의 마음속에 어떤 것이 싹트고 자라는지 커피 한잔을 나누며 들여다보는 것도 엄마인 내게는 재미다.
시시콜콜 그날이 그날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속마음을 알 수 있고 진하게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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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다음 약속을 위해 커피숍을 나서려니까 들어갈 때는 비가 왔는데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온통 순백의 눈발이 휘날리며 세차게 부는 겨울바람이 제법차다. 우산 하나로 서로가 밀착해서 기대어 걷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하다.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은 지금 함께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삶의 만족은 거창한 것 같아도 의외로 소소한 것에 있다. 가족들의 밝은 웃음이 묻어날 때나 집안일을 해놓고 난다음 맑은 잔향이 묻어나는 것처럼 시시콜콜한 작은 부분들이다.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삶은 지속된다.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두루두루 안녕이다. 가족의 건강과 무탈과 소소하게 바라고 남는 것은 잔잔하게 전해지는 작은 부분들이다.
내가 만든 울타리기가 비록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들 뿐이지만 그 속에는 작은 기쁨이 들어있다.
소소한 가족의 일상들이 힘이 되고 서로를 살게 한다. 작지만 웃음이 있는 기쁨을 놓치고 살아간다면 삶이 건조해질 것이다. 삶에서 소소한 기쁨을 맘껏 누리는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시간을 많이 써본 사람은 안다.
인생에서 작은 기쁨들로 채워나가는 일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것을.
이젠 작고 소소한 일상이 대부분인 나이가 되었다.
소소하고 작지만 그 속에 사랑이 있고 기쁨이 있기를
그래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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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딸과의 커피 한잔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마치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내 주변에 감도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종일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피아노 선율이 귓전에 맴돈다.
이젠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 미소 한 스푼을 마음에 담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