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이 들어가는 인연들

그녀의 묵직한 시간

by 현월안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알고 지내며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을 만났다. 예전에는 모임 인원이 제법 많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이제는 7명 정도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서 그런지 밀린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자기 아이들 동향부터 요즘 개봉한 영화이야기,

시댁과의 이야기, 신랑의 승진이야기까지 자세한 사생활과 허무맹랑한 이야기까지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해맑고 유쾌하게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었다. 대화의 분위기에 흠뻑 스며들어 다들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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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분위기가 들뜨고 웃고 즐기던 그때 한 여인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과 이혼조정 중이라는 무거운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다들 당황하는 눈치였고 그중 한여인이 위로의 한마디를 했지만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모두가 침묵으로 위로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속내를 얘기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세상을 살다 보면 너무 괴로워서 누구에게라도 위로받고 싶고

"내 말을 좀 들어줘~"

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니까. 눈물 속에 비친 그녀의 속마음이 전해져서 모두가 마음으로 위로를 해주었다.



누군가의 말이 위로가 되는 것은 대단하고 화려한 말이 아니라 작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할 수 있는 진심일 것이다. 누구나가 바쁘게 삶을 살다 보면 누군가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다들 분주하게 살아가기에 누군가의 기분을 섬세하게 헤아리기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만나면 들떠서 웃고 떠들기에 분주하고,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말이 그녀에게 보탬이 됐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껏 함께 하듯이 우리 모두 녀와 오래도록 함께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충분히 그녀 편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녀의 어려운 과정이 잘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흔히 집안에서 묵직하게 일어나는 일을 집밖으로 꺼내놓는 일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흔히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 기꺼이 인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녀의 아픔을 아낌없이 보듬어 주고 선의를 베풀어 충분히 공감해 주고 싶다.

오래도록 인연을 쌓아온 사람들을 통해서 믿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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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으로 토해낸 그녀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녀의 고민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생은 낙엽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싱그럽고 탐스러운 잎사귀들이 자라 나름의 색으로 온 세상을 곱게 물들인다. 시나브로 빛이 바래고 부서지고 변해간다. 사람도 나뭇잎처럼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있다. 누군가는 좀 더 짙게 물들어가고 부서지고 찢기고 하는 과정일 것이다.

무엇이 더 정답일순 없지만 다양한 삶의 형태는 있는 것이다.

그녀와

여러 사람들이 해맑게 웃고 서로를 위안했던 시간들이

그녀에게는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그녀의 묵직한 시간이 더 무겁지 않기를 바란다.

그날은 그녀와 나누던 행복했던 많은 시간 안에 또 다른 시간이었다. 그녀의 시간이 잘 지나가기를 응원한다.

살다 보면 사람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고 떠들 수 있게 그녀에게 곁을 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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