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벽을 여는 여인

새벽 배송을 하는 여인

by 현월안



새벽이 오면 세상은 고요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다.

아침마다 특별하게 찾아오는 작은 소리에 눈을 뜬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 빛이 스며드는 가장자리에서 누군가가 조심스레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익숙하면서도 친근하다. 아침을 깨우는 여인의 소리다. 생야채 음료배달원이 새벽마다 우리 집에 신선함을 건네주는 소리다.

그녀는 늘 일정한 리듬으로 물건을 내려놓는다. 달그락거리는 유리병 부딪히는 소리와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수줍음이 들어있는 소리가 난다.

이른 아침 공기와 어우러져 익숙한 소리다. 나는 그 소리를 마중하기도 한다.

어느새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그 여인이 내는 소리에 익숙해졌다.

그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늘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실루엣만 희미하게 스쳤을 뿐.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 적은 없다. 깡마른 체구라는 것만 알고 있다.

그녀가 건네는 손길은 매일 아침 내 삶의 리듬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연결고리다.


`°`°`°°``°`°○


새벽마다 찾아오는 그 여인은 단순한 것이 아닌 내게 잔잔한 위로와 행복을 전하는 따뜻함이 있다.

가끔은 그녀가 궁금하다.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새벽마다 무거운 음료를 들고 먼 길을 다니는 걸까. 그녀의 발걸음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녀는 혹시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을 기다리며 고요한 새벽을 걷는 건 아닐까.

아침을 활짝 열고 새벽을 가르는 그녀의 발걸음은 힘이 있고 당당하다.

신선한 것을 가장 먼저 제공하고 공급을 한다. 그녀의 발걸음에는 어딘가 모를 신뢰가 들어 있다.

온몸을 다해 삶을 전해준다.

아마도 그녀는 단순히 배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움과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럽고 다정해진다.

그녀의 발걸음이 감사하다. 매일 새벽마다 내 삶에 찾아와 작은 온기를 남기고 가는 그녀 덕분에,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창문을 살짝 열고, 그녀가 남기고 간 음료와 그 발길에 많은 용기를 얻는다. 그 안에 담긴 맑은 신선함 때문에 나의 하루도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세상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묵묵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

삶을 깊이 들어갈수록 체감하는 것이 가치의 소중함이다.

무엇보다도 새벽마다 찾아오는 그녀의 의미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희망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그녀는 특별한 힘이 있다. 세상을 힘 있게 사는 사람을 보며 오늘도 의미 있게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하루 힘을 쓰며 생기롭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서 그녀의 발걸음이 아름다운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