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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만나는 나

커피 한잔으로 느끼는 여유

by 현월안



서울에는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라서 흐린 날이 연속이다. 장마라고 하지만 오늘도 잔뜩 흐린 하늘이다.

아마도 곧 소나기가 계속되는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햇살이 가득한 날에도, 잔뜩 흐린. 날에도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은 달콤하다.

시간이 되면 종종 혼자 카페를 찾는다.

바닐라라떼 아이스 한잔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세상의 소음에서 한걸음 물러나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다.

카페는 나에게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시간과 일상 속에서 사람 사이의 틈에서 조용히 벗어나 나만의 시간이다. 언제부터인지 무심코 들른 카페에서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일이, 어느새 점점 횟수가 많아지고 익숙한 일이 되었다.



카페 안에는 묘한 정적이 흐른다. 소란하지 않지만 완전히 고요하지도 않다. 바리스타의 커피 머신 소리, 부드럽게 섞인 음악소리, 낮게 속삭이는 사람들의 대화들, 소리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다. 어쩌면 도시에서 가장 부드러운 소음이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은은하게 풍기는 내음과 사람들 소리와 고소하면서 쓴맛이 섞인 달콤한 커피 향이 풍기는 곳이다.



나는 주로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바깥세상이 무대라면, 그 창은 내가 관객이 되는 시원함이 있다.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가고, 어떤 이들은 멈춰 서서 통화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다린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그런 순간에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카페에는 여러 가지 풍경이 있다.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 가끔은 깊은 고민에 잠겨있는 이가 있다.

말이 없어도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누구 하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지만,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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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낯선 사람과 스치는 눈빛 하나로도 따뜻함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의 이유를 가지고 카페를 찾는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면 왠지 모를 활력이 생긴다.

작은 공간에서 잠시 멈춰 있었던 시간들이 내게 큰 여유와 위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밀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기고. 나를 돌아보고... 모두가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다.

아마도 또 다른 날, 또 다른 마음으로 카페를 찾게 될 것이다.

카페에서, 나는 잠시 멈추고 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걸어간다.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여운은 길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주는 위로는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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