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독서토론

삶이 미처 닿지 못한 언어

by 현월안




독서토론을 하는 모임에 가끔,

장애인 아들을 데려오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천사가 학교 가기 싫은 날은
손에 책을 들고,
세상의 문장들 사이로
아들의 손을 잡고 온다


어른 덩치만 하고

해맑은 눈을 가진 천사

매번 책상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는다
천사는 책을 줘도 책장을 넘기지 않는다
다만, 눈동자 안에서
천천히 우주가 한 번씩 숨을 쉰다


모인 사람들이 토론을 한다
자신감 넘치는 시선으로
이 문장에서 저 문장까지,
진실은 어디쯤 걸쳐 있는가를 두고

세밀하게 파고든다


천사는 책상 아래 손가락으로

리듬을 짚는다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삶에서 어떤 질문들은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견디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울림을 주는 생의 물음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문장에서 온다.
천사 아들과 그녀가 가져온

고요는
삶이 미처 닿지 못한 언어라는 것을.


천사와 독서토론은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가장 먼 곳에 있는 진실을,
조금 더 가까이에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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