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함께했던 자동차
자동차와 19년을 함께하고 폐차를 했다.
그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고, 또 많은 것을 남겨 놓았다.
오롯이 나 혼자만 사용했던 19년이었다.
그 속에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 감정과 추억과 나의 흔적이다.
새 차로 만나서 나의 발이 되어 주었던
하얀색 아반떼.
자동차는 쉽게 단순한 존재일 수 있다. 공간에 바퀴가 달렸고, 엔진과 연료, 전자장비로 움직이는 도구다.
자동차는 내게 기계 이상의 의미였다. 나의 발이었고, 삶의 많은 시간을 함께한 조용한 동행자였다.
그 자동차를 가지고 어디든 이동했고, 때로는 세상과의 삶을 알차게 실현했다. 차 안은 내 사유의 시간이었고, 때로는 웃음과 노래가 울려 퍼지는 아늑한 공간이기도 했다.
자동차와 함께한 시간 동안은 내가 좀 더 예쁘게 젊었고, 사회에서 충실히 알차게 나를 가꿔 나가는데 함께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여름날의 강변, 겨울날의 언덕, 비 오는 고속도로, 낯선 도시의 골목까지 자동차는 늘 나와 함께였다.
단지 교통수단이 아니라, 나의 삶의 여정을 빛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레커차 기사가 차를 인도해 가겠다는 전화를 받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차에 손을 얹고 조용히 둘러보았다.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냄새, 소리, 감촉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시동을 걸었을 때, 내차에만 내는 특유의 엔진음, 오래된 시트의 낡은 감촉까지...
이별이라는 감정이 단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눈물과 온몸에 알 수 없는 전율이 스쳤다.
애정하던 물건과 수많은 이별을 했지만, 내 몸과 한 몸처럼 움직였던 나의 애마와 그 어떤 것을 비교할 순 없었다.
마치 내 몸의 하나와 툭! 떨어져 이별하는 것처럼,
그 기분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은 손은 꼭 잡고 인사를 해야 하는 것처럼...
"안녕 나의 애마~"
"안전하게 함께해서 고마웠어~"
어떤 때는 존재의 가치를 떠나보내고 난 후에 비로소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나와 익숙했던 애마가 없는 하루는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다. 그 공허는 아주 아끼는 것, 이상으로 추억과 의미의 빈자리였다.
그것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이제야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의미를 두는 것은, 사람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함께 시간을 공유한 존재는 정말 소중하다.
나의 자동차를 폐차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떠나보낸 것이다.
나의 애마는 존재로서의 나를 고스란히 품어 주었다.
가벼운 흠집을 빼면 별다른 사고 없이 다행히도 서로를 잘 지켜주었다.
나는 또 다른 차와 삶의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그 시간을 품고, 고맙게 기억하며, 조금 더 성숙한 나로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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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안녕!, 나의 차. 나의 일부였고, 나의 시간이었고, 나의 삶이었다. 가끔 추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