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깨지는 순간
전국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곳곳을 할퀴고 지나갔다
물폭탄은 단순한 구름의 파열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놓인 오만함이
침묵으로 깨어지는 순간이다
빗방울 하나가 돌덩이가 되어
시간을 붙잡아 두고,
의식을 느리게 하고,
삶을 무너뜨렸다
세상은 자연스러운 것에 저항한다
뚝을 쌓고, 물을 퍼 올리고,
위로 높이 쌓아 올린 것은
언젠가 아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수직이 아니라,
세상은 수평이기 때문이다
참혹하게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집이 무너지고, 도로가 부서지고,
사람이 휩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이 드러나는가
파괴 속에 남은 것은
단 하나, 진실이다
쌓은 자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물폭탄이 쏟아졌다
어제의 기억 위로,
오늘의 계획 위로,
내일의 가능성 위로.
거칠고 무자비하게 뿌렸다
물폭탄 자리에 남는 것은
젖은 땅이 아니다
무너진 뒤의 시작이다
삶을 다시 묻는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