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샀다
알록달록한 가방 하나를 샀다
아무 이유 없이
가끔,
충동적으로 가방을 산다
그런데 화려한 원색이
손에 익질 않는다
또 욕구는
다음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사지 않은 것으로
아직 더 새것인 채로
아직 낡지 않은 허상 같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터치할 뿐이다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이것만 가지면 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익숙해지면 의미를 잃는다
반짝이던 색도 손에 넣는 순간
그저 색일 뿐이다
가방은 잠시 나를 대체한다
나보다 더 나은
이미지로 나를 포장하려 한다
나는 가방을 산 것이 아니라
결핍을 망각할 도구를
구매한 것이다
그런데, 내 것이 되는 순간,
그것도 시들해진다
욕구는 항상 결핍 위에 서 있다
끊임없이 산다
가방을, 시계를, 집을, 사람을, 꿈을...
아무리 사더라도,
결국, 같은 구조 안에 있다
욕구는 엊그제 산 가방을 기억하지 못한다
언제나, 다음, 다음만을 향해
눈을 돌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