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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너무 일찍

강남 소수정예 영어 유치원

by 현월안



장조카의 딸은 네 살이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영어유치원에 다닌다


아직 한글도 다 익히지 못했는데

이미 자본시장의 발음으로 말을 배운다

말의 의미보다

말의 소리를 좋아할 나이다


세상은 너무 일찍

지도를 펼쳐주었다

일찍 배울수록 좋다고,

앞서야 살아남는다고


모두가 똑같이 두려운 시대

네 살에게 경쟁이 필요한가?


언어보다 중요한 건
친구보다 스펙을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말한다
"조기 교육은 투자입니다"


그 문장 뒤에 숨은
작은 한숨과 낯선 말들의 무게들,


신종 치맛바람에는
자본의 숨결, 경쟁의 냉기,
어린 영혼의 유연한 굴복이
담겨 있다


요즘 치맛바람은 더 어려지고,

더 은밀하고 훨씬 비용이 비싸다

브랜드 유치원 명찰 하나가,

그것이 자랑인 시대

네 살배기는 이유 없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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