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차선에서 불쑥 끼어든 차 한 대
옆 차선에서 불쑥 끼어든 차가
예고 없이
내 앞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내 손은 브레이크를 움켜쥐고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고
심장은 철렁한다
그 찰나
사고는 없었지만,
내 눈앞을 스친 건
단순 멈춤이 아니라
신뢰가 깨어지는 소리다
도로는 규칙으로 엮인 계약이다
서로의 무언의 약속
약속을 믿고 타인에게 등을 맡긴다
자유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자유가 나를 위협하는 순간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다
공존을 망각하는 일탈이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각자의 삶을 실은 존재다
아이를 태운 부모도, 지친 노동자도,
그냥 하루를 마감하고픈 누군가도
한순간의 이기심이
수많은 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걸,
너무 자주 잊는다
도로 위의 배려란,
빠르게 가는 것보다
함께 도착하는 법을 아는 것,
법보다 앞선 선의의 규칙이다
방어 운전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이다
공공질서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나와 누군가의 사이 인간됨의 최소한이다
운전을 하는 것은,
단지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다
끝없이 마주치는 다른 이와의
묵시적인 계약이다
도로는 사회계약의 수평적 공간,
그 위에서 모두 동등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생명을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윤리의 필수 조건이다
누군가,
나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없기를
도로에 섰을 때,
목숨을 당신의 양심에 맡겨도 되기를,
짧은 순간에
그 무게는 삶 전체를 흔든다
도로 위의 모든 방향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운전은 윤리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향해 가는가
그건 핸들보다 더 깊은 방향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