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은 천천히, 조용히 노화하고 있다

by 현월안



안과에 갔다

"안구건조증은 노화입니다"


눈이 시리고. 뻑뻑한 증상들,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몸의 언어다

몸은 천천히, 아주 조용히
기능을 낮추고 사라진다
알림 없이 시작된 축소의 기록들,


나이가 들면 지병이 찾아온다

삶이 유한하다는 알림이다

늘 잊고 있던 시간의 질서가

몸을 통해 말하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증거다


생명은

죽지 않기 위해 늙고, 늙기 위해 산다

노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온다

하루의 끝처럼, 계절의 변두리처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데리고 간다

남겨진 기억들만 어딘가에 무겁게 걸어둔 채.


생은 점점 줄어든다

외로움이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고

시간은 멀리 있던 나를

다시 안으로 불러들인다


노화는 슬픔과는 다른 무늬를 가졌다

그건 고요하고 깊은,

삶을 많이 안아본 사람만이 아는 일이다


삶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덧없는 것인가를

약한 부분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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