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내게 주어진 시간
책장을 넘기는 손끝,
그 위를 흐르는 시간은
세상의 시계와는 조금 다른 리듬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
나에게 돌아오는 순간이다
글을 쓰면
마음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 문장들 사이에
내가 머물고 있다
또, 책 한 권을 펼치고
낯선 문장에 마음을 기대면
마치 먼 길 돌아온 나에게
누군가 말없이 안부를 전하는 듯,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책장을 넘기고,
또다시 문장을 만들고,
고요한 시간에 안긴다
그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다
누구의 언어도 닿지 않고,
어디에도 서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이 펼쳐진다
책 속의 의미를 가득 품으면
그 머무름이 그렇게 좋다
세상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허락한 시간이다
내 생각 주변에 있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멈춘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깨닫는다
평온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는 인식이란 걸,
행복은
꼭 반짝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빛나지 않아도 따뜻한 순간들이 있고,
슬퍼하지 않아도
깊은 감정들이 있다는 걸,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나의 전부이고,
세상과 은밀한 대화이고
스스로와 맺는 약속이다
잠시 멈추고,
쓰고, 읽고, 사유하고,
순간을 조각할 수 있는 이유는,
글쓰기로 완성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