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발걸음

아침을 깨우는 소리

by 현월안




현관 너머 희미한 소리,

우유배달 그녀의 발소리다


모두가 꿈속을 헤맬 때

시간이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그 새벽,

그녀는 이미 길 위에 있다


현관 앞,

다소곳이 우유를 내려놓고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 손끝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한

삶이 담겨 있다는 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하지만 결코 같은 마음은 아닐

그 반복,


종종 삶을 말할 때
목소리 큰 자들의 언어를 빌린다
진실은,
새벽마다 들려오는

조용한 발걸음 속에 있음을,


아무도 깨지 않을 때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

그 사람의 향기가

세상을 더 따습게 만든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녀의 숨결은 세상과 닿아 있다


이름 없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무게를 견디며

세상을 깨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고,
지식이 아닌 성실이라는
진실은,

그 발걸음이 말해준다


그녀가 남긴 흔적은

모든 이의 삶과

내일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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