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간
요즘,
넷플릭스에 빠졌다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화면 속 삶은 더 짜릿하고,
클릭 한 번에 피할 수 있는 연속,
현실은 배경이 되고,
더 슬프고, 더 화려하다
지혜 대신 정보가 넘치고,
사유 대신 몰입이 쏟아지고
그래서 더 무서운 중독,
모든 걸 주지만,
내 시간을 조금씩 데려간다
알고 있다
이 감정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슬픔도, 떨림도,
정교하게 계산된 허구라는 걸,
넷플릭스의 정원엔
수천 개의 샘이 자라고,
그 숲 속에서 나를 잃는다
문명의 이기는 날카롭다
나를 구하지만, 또 나를 벤다
도파민은 윤리보다 빠르다
사유보다 강렬하다
끝내, 무엇도
나를 온전히 채우지 못한다
실재와 허구, 존재와 소비,
깨어 있음과 중독,
그 틈에 끼어있다
하지만,
사람은 균형 위를 걷는 존재,
욕망과 자각 사이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삶은 재생이 아닌,
한 번만 허락된 연속이란 걸
다시 생각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