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더워도

살아가는 것이다

by 현월안


오늘 체감온도 37도,
도시는 숨이 가쁘다
도로 위의 열기가
내 발바닥을 밀어 올리고,
창문 너머로 들이치는 바람은
이미 바람이 아니다


한때 여름은
노을빛 해 질 녘엔 수박 한 조각,
매미 소리와

종이부채의 계절이었는데...


땀이 눈가를 타고 흐른다

그건 땀이 아니라

인내의 결과다


편의점 문이 열릴 때마다

새어 나오는 차가운 공기에

사람들의 눈동자가 잠시,

멈췄다가 빠르게 다시, 움직인다

그건 순간적인 간절함의 극치다


텅 빈 골목의 자판기,
땀으로 흠뻑 젖은 셔츠,
더위 속에서도 미소 짓는

가게 주인의 인사,

오늘은 뜨겁게 가슴을 때린다


아무도 몰래 무너지는 날이 있다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여름 속에
조용히 깨져버리는 마음들,


하지만,

그 조각들 사이로도 빛은 스며든다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요" 말해주는 누군가가,
늘 어디선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뜨거운 날들을 견디면서

사소한 온기를 나눠왔다
아무리 더워도
완전히 나쁘지만은 않다

눈물처럼 땀이 흐르고
열기처럼 해가 타올라도
그 안엔 여전히
사람 냄새가 나니까,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무너지는 것도,

지탱하는 것도

전부 사람이다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 여름에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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