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숭고한 사랑

그녀의 23년

by 현월안


어느 날, 그녀의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간호를 해야 하는 운명을

그녀는 받아들였다


중풍,

몸의 절반이 사라지고

말이 끊기고

존엄이 누운 자리,

한 사람의 숨을 지키는 일.

그녀는 주저 없이

그 틈으로 들어갔다


운명은 종종 말없이 다가온다


삶을 반으로 꺾고,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단 한 사람에게 걸었다


그녀는 사랑을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증명했다

기저귀를 갈고,

손톱을 깎고,

수저를 들고,

미음을 데우며...


그 시간이 23년이다


그 일은 그녀의

젊음을 녹여낸 서사였다

인간의 도리를 묻는

가장 깊은 곳에서

묵직하게 타오르는

이름 없는 숭고,

설명할 수 없는 사랑임을,


그녀의 시간은

인간의 본질을 묻는

기초적인 물음이며,

그 23년은

어떤 인생보다 아름답고,

어떤 철학서보다 깊다


아무도 못하는 자리를 지켜내고,
한 사람의 생을 끝까지 껴안고,

그녀가 따뜻하게 품은 온기는

사람들의 가슴에,

아직도 맑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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