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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Nov 30. 2023

내 손안에 뜨거운 돌

글쓰기를 하면서 지나온 지난 시간들



잔뜩 움켜쥐고 살아온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지나온 세월이

켜켜이 쌓여, 가느다란 손금이

수많은 길을 만들어 놓았다 거칠한

손의 모양이 투박한 갑옷을 입은 듯,

두툼하게 변해있다


젊은 날에 꽉! 움켜쥔 돌 하나,

어디로 굴러가지 못하고

아직 내 손안에 남아있다

그 옛날 첫 백일장에서 받아 든 원고는

종이가 아니라 뜨거운 돌이었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형체를 잡고

아무리 힘껏 휘저어도 

허공의 뜬 구름만 잡힐 뿐

매번 껍데기였


어디에도 그 돌을 던져버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뜨겁게 끌어안지도 못했

내 안있는 돌은 오래된

질문처럼 들어있다


마치, 

그것을 해내야만 하는 것처럼

나의 숙명인 것처럼,

내 손안에 박혀있

때론 삶을 쫓기듯 살아내며,

그 돌을 손에 쥔 채

글을 쓰는 곳에서 서성였


문장 구절은 자꾸 걸려 넘어지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알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은

침묵연속이었


뜨거운 돌을 벗어나기 위해

그 돌을 내 던져버렸다면,  

좀 더 가벼웠을까,

밀어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희미한 온기로

 다독여 주며

 '할 수 있어~

  그걸 해야 살 수 있어!'라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


오래된 질문처럼 남아있는 돌에게

한 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은 못했는데

내 손에서 점점 식어가고 있


'그래도 아직이야,

 그래도 이만큼이라 다행이야'라는

지금의 상황이지만,

희미한 온기로 남아서

함께하고 있다


그 오래된 질문처럼

오늘도 나지막이 읊조린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사라져 버리는 따스한 순간

이끌려 글을 쓰고

때로는 기분 좋긴장을 하며 

무언가의 끝을 잡고 있다는 것


사물 속에 비친 어두운 뒷모습을 보면

아파하고 더 깊게 사유한다는 

생각을 덧입혀 좀 더 여유롭게

따스한 시선으로 그것을 다듬어 낸다


희미한 온기와 더불어

오늘도 서성인다

그것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오래된 질문에

답이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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