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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05. 2023

브런치에 왜 글을 쓰는가?

어떤 이가 왜 글을 쓰냐고 묻더군요


어떤 이가 

'왜 글을 쓰세요?'라고 물었다


눈에 보이는 따스함이

그냥 가슴에 와닿았던 것을

습관처럼 쓰던 일기에 물들였을 

문장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다


다시 생각하게 되고, 깊이 되뇐 조각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보잘것없는 흔적이 되고

초라한 졸작인 것을

그 자리에서 답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도 묻고 싶은 마음이다

왜 쓰는 걸까?


 세상에서 내는 많은 소리

나도 모르게 가슴에 들어온다는

사람들 속에 있는 인간적인 아름다움이,

나만 알고 사라져 버리는

순간들이 너무 아쉬운 것이다


또 다른, 살아있는 존재들이 내는

소리들을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싶다 

사물을 통해 누군가 얘기하는 것들을,

좀 더 가까이보고

깊이 투영해서 비춰보기도 하고 

말을 건네기도 하, 그늘진 뒷모습과

울고 있는 모습을 어루만지면


그 속에 이미 시가 흐르고 있음을

어느새, 문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알게 된다


생명을 다 한 것처럼 보이던

존재가 되살아 나고

보이지 않던 것이 따스한

온기를 만나서 보이기 시작할 때,

진실된 아름다움은 

더없이 애틋하다


글에는 용서가 되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나온 나의 삶에

진심을 녹여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눈물을 다스리는 힘이 없이 슬픔을

제대로 노래하기 어려운 일이듯이 

울음을 터뜨리려는 힘과 울지 않으려는 

힘의 팽팽한 긴장이 서로 대립할 때,

겉으로는 서늘한 듯하면서도,

안으로는 뜨거운 슬픔의 샘에서

길어 올려진 묵직한 삶의 표현들은,

내면에서 충분히

담금질을 통과한 언어들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소중하고 귀한 찰나를 

우연히 마주한


때로는,

무 아름다워서 발길이 멈추고

다른

어두운 그림자의 뒷모습에서 

그 삶의 색채를 만나게 되는 것


아마, 오늘도

어디에다

생각을 빼앗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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