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월안 Sep 06. 2023

마지막 모습

매미 한 마리가 창문에 붙어있다

몇 시간을 그렇게 소리 없이

아무리 보아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고 있는 듯하다

매미는 곧 생의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일까

홀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청렴의 상징으로

매미에게 비유를 한다

유충으로 10여 년 살다가

목이 터질듯이 목청껏 울어야

짝을 찾을 있고

그래야 열흘남짓 살다가는

생이 짧아도 너무 짧아서

더 서럽다

이슬 같은 영롱 

인간들은 선비의 갓

'매미의 일생'을

이름 붙여 두었다


누구나 생은 고행이다

산다는 것은 모두 고달프다

매미의 어떠했을까

가장 화려하게 울어대고

가장 빛나게 정점을 찍고는

곧 결말을 알았을까

후회도 원망도 소용없음을

아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추억하는

시간인 것처럼

크게 한번 꿈틀거리고는

이내 이생의 끈을 놓았

그렇게 더운 여름날 

세상이 시끄럽게

화려하게 울어댔어도 

허공에서 끝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앙상하게 굳어있는 육신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반쯤 기대어 

편안하들었다

아무리 작은 물이어도

산다는 것 결코

가벼울 수 없음을

생의 마지막 모습은

누구나 외롭고 쓸쓸하다


그래도 한 때는

가장 우렁차게 소란했던

최고의 화려한 화음으로

정점을 찍은 주인공이었

비가 그친 여름날 오후

장미넝쿨 아래에 묻어 주었다

한 생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물의 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