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넘어선 부부의 이야기
말복이고 해서 남편하고 둘이서 삼계탕을 먹으러 깄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가족들끼리 연인끼리 사람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무더운 날, 삼계탕은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여름이면 종종 삼계탕을 찾아서 먹게 된다. 우리 부부의 익숙한 자리,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편은 늘 그렇지만 경제이야기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내가 듣든지 말든지 세상의 경제이야기는 계속된다. 무관심이 아닌,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해 온 사람 사이의 편안함이다.
늘 그렇듯이 뜨거운 국물을 나누며 세상 사는 이야기, 그리고 자식들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따금 눈빛을 마주치며 미소 짓는 순간과 사소한 대화가 어느새 인생의 진득함이 느껴진다. 어느덧 인생의 중턱을 넘어선 중년의 부부로서, 참으로 많은 일을 공유하며 지나왔다.
한때 우리의 시작은 설렘이었다. 그 설렘이 결혼으로 이어졌고, 또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졌다.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로, 연약한 사랑에서 헌신의 책임으로 이어졌다. 삶은 우리의 방대한 서사로 바뀌었다. 서로에게 기대며 키워낸 아이들이 이제는 둘 다 제자리를 잡고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 부부 둘만의 시간 속에 놓여 있다.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예쁘게 꾸며진 카페에 들어갔다. 시원한 아이스 바닐라라떼 두 잔을 주문했다. 나직하게 나누는 담소와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이 순간은 인생의 솔직한 부부의 모습이다. 평범한 날의 행복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수십 년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한 조용한 보상이다.
젊은 날의 사랑은 봄의 꽃처럼 화려하다. 부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랑은 계절을 반복해 겪고, 고통과 갈등을 견뎌내고 결국에는 단단한 나무가 된다. 나무는 자식을 품고, 그늘을 만들어주고, 언젠가는 자신이 자란 땅에 조용히 스러질 준비를 한다. 부부의 사랑은 설렘 이전에, 헌신과 배려의 평범한 일상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게 변하는 것이 중년의 사랑이다.
우리 부부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 할 일이 줄어드는 무색이 아니라, 인생의 평화로운 기본에 가까워지는 일이다. 젊은 날에는 몰랐던 것들, 침묵의 의미, 짧은 말 한마디의 무게, 아무 일 없는 날의 고마움 같은 것들이 이제는 또렷하게 보인다. 함께 만든 가정은 단지 살림을 꾸려가는 곳이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품는 깊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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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사랑 이전에 자식을 품은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이다. 그 사랑은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를 위해 자신을 조율하며,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부부는 평범한 듯 특별하고, 고단하면서도 책임 있는 숭고한 사이다.
말복의 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뜨거운 복날, 또 한 번 삼계탕으로 평범한 일상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