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바람이 다르다
불볕 무더위가 끝날것 걑지 않던 맹위도 이제는 주춤한다,
강렬한 햇볕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쏟아지고, 공기는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며, 나무조차 지쳐 잎을 축 늘어뜨렸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려지고, 얼굴에는 고민과 피곤이 가득했다. 불볕 더위가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끄트머리가 보인다. 아침저녁 기온이 다르고 낮에 강렬한 것만 빼고는 기온이 살짝 내려앉았다.
계절은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더위를 한껏 끌어올린 후, 슬그머니 그 기세를 거둔다.
한낮에도 그늘 속에 서늘함이 스며들고, 저녁 공기에는 아주 얇은 비단 같은 시원함이 얹힌다. 태양은 여전히 빛나지만, 빛은 서서히 부드러워진다. 계절의 변화는 그저 지구와 태양과 바람과 구름이 약속이나 한 듯 이어가는 오래된 규칙이다.
사람들 온갖 방법을 쏟아부어 기후를 예측하려 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는 정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계절의 큰 물결 안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더위는 물러가고, 추위가 찾아오고, 다시 꽃이 피고 지는 그 순환 속에 사람은 살아간다.
날씨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숨통이 좀 트인다. 모든 것은 흐른다는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고통도, 기쁨도,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듯 자연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무거운 순간조차, 언젠가는 바람결이 달라지고, 하늘빛이 변하고, 숨이 편안해지는 날이 온다.
자연은 늘 조용하게 일러준다. 순리에 거슬러 살면 마음이 지치고, 순리를 따라 살면 비로소 편안해진다. 강물이 장애물을 돌아서 흐르듯이 계절도 순리대로 돌아간다. 억지로 여름을 붙잡지도 않고, 성급히 가을을 밀어내지도 않듯이, 그저 제 시간이 되면 자리를 내어줄 뿐이다.
''''''''''''''''''''''''''''''''''''''''''''''''''''>>>>>>
바람을 느끼며 잠시 멈춰 서본다. 조금은 부드러워진 햇살, 깊어진 하늘빛, 길어진 그림자 속에서, 계절의 호흡을 듣는다. 그 안에는 거대한 순리의 법칙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리 힘을 다해도 만들 수 없는 것이 바로, 계절의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