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당! 넘어졌다
누군가가
“괜찮으세요?”
그 말에 숨이 덜컥 걸린다
짧은 순간에,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넘어짐을 통해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과일을 사서 양손에 들고 가다가
보기 흉하게
꽈당! 대자로 넘어졌다
넘어지면,
그냥 일어나면 됐는데
이제는 그 그냥이 아니다
뼈가 말하고, 근육이 대답을 미룬다
삶이란 언제나 균형 위에 놓인 이름,
위태로움을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바닥이라는 진실에 닿았다
무엇보다 충격은,
빨리 반응하지 못했다는 사실,
몰랐던 것을 이제 안다
내 몸은 나보다 먼저 늙는다
무릎의 탄력과 손끝의 민첩,
균형을 잡는 신경,
여전히 나인데
예전의 내가 아니었던 것,
지속 속에서 드러나는 변화고,
안으로 시간이 점점 침잠했던 것,
며칠 동안, 쉬 걷지 못했다
내 안의 시간이 많이 변했다
살아온 날들이
어느새 등 뒤에 많이 쌓였다
삶은 무상하다
무상함은 덧없음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다
나는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여전히,
조금씩 흘러가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