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가 독해요

더위를 피하려던 선택이

by 현월안





에어컨 밑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오들오들,
몸속 깊은 곳까지 한기를 느낀다


여름 감기가 된통 걸렸다

오한과 열과 떨림까지..


태양은 머리 위를 태우는데

몸은 겨울의 숨결을 파고든다

뜨거움과 한기가 번갈아 들며

몸의 질서가 흔들린다


더위를 피하려던 선택이
넘쳐서
온 정신을 무너뜨렸다


에어컨 바람의 편리는

날카로운 칼끝이 되어

피부를 베고, 폐를 흔들고,

바이러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여름 감기는 계절의 모순이다

바깥의 뜨거움과 안의 냉기가

몸속에서 부딪히고

전쟁을 벌인다

오로지,

떨림과 숨으로 버틴다


사람은 강한척하지만,

불과 몇 도의 온도차에도,

새털처럼 가벼이

살과 마음을 동시에 가른다


인간은 참 연약하다
거대한 파도보다
작은 감기에 더 쉽게 흔들린다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가벼운지 안다


몸의 질서가 흐트러질 때,

정신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나의 한계를 옅게 만들고,

공허를 남긴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거대한 것이 아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가장 깊고 가장 빠르게

무너뜨린다


여름 감기가 독한 이유는

나의 한계를 재는 은밀한 수치다

사람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가벼움 위에

아슬하게 세워져 있다는 것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