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칭을 쉽게 쓰면

흔하게 쓰는 호칭인데, 과하게 반응

by 현월안



대형 마트에서

계산원이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고객에게 '어르신' 호칭을 썼다가

고성이 오가는 걸 보았다


“어르신”

말하는 이는

예의를 갖춰 흔하게 쓰는 말,

듣는 이는 제대로 긁혔던 것,


두 마음이 날카롭게 마주 선다

마치 거울 속의 거울이

끝없이 서로를 비추며

한 발짝도 다가서지 않는 풍경처럼,


승자도 패자도 없다

진실은 하나만 존재한다지만

사실은, 사람 수만큼 겹겹이 존재한다

각자의 진실을 쥔 채

다른 진실을 무너뜨리려 한다


존중이더라도

다른 이에게 닿는 순간 달라질 수 있다

그 닿음이 선이 될지, 상처가 될지는

받아들이는 이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 자리에서

저울은 기울지 않았다

양쪽 모두

자신이 옳다고 믿는 무게를 쥔 채

침묵과 말 사이를 오갔다


언어는 참 묘하다

손끝에서 건네는 상품권처럼

받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선물도 상처도 된다


사람은 다른 이의 말에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재단하려 한다

그것이 생각한 것과 다르면

차이를 메우기 위해 방어한다

방어는 대립이 되고,

대립은 결국, 서로의 민낯을 보게 된다,


존칭은

모두 허공 위의 바람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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