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가게 폐업

동네 주변 가게의 폐업

by 현월안




동네 상가를 지날 때마다
새 간판이 반짝이며 인사를 하고
또, 몇 달 뒤엔 그 불빛이 꺼져 있다


간판은 계절의 꽃처럼 피고 진다

그것은 햇볕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시장이라는 토양,

경제라는 날씨에 따라

가혹하게 심판을 받는다


하루하루 장사하던 가게,
희망이라는 간판을 걸고
꿈이라는 재고를 쌓았던 주인,
손님이 아닌 고요함이 문턱을 넘자
결국 셔터를 내렸던 것,


경기가 좋을 땐
모두가 항해를 떠난다
바람이 순하니
누구나 선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람이 거세지고
물결이 방향을 바꾸면,
믿음은 거품처럼 꺼진다


돈을 번다는 건
시장의 흐름과 바람의 방향을 읽는 일,

그런데
바람은 반드시
예상 밖으로 불어온다


누군가의

폐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이 꺾이는 지점이고,

욕심과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힌 흔적이다

간판이 내려지는 순간,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묻는 현장이 된다


경기가 나쁠 때 필요한 것은

용기보다 절제,

속도가 아니라 깊이,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부지런하고 깨어 있어야,

시장의 파도 속에서

즐길 것이다


세상은 오르내림의 사이클이다
그 안에서
성급한 선택이 아닌,
흐름을 읽었는가

흐름에만 의지했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