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속의 소녀

영탁 콘서트

by 현월안



친구와 둘이서 영탁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의 흥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가지지 않은 것보다

잃어버린 것을 세기 시작한다

젊음의 속도, 뜨거운 목소리,

누군가 나를 부르던 애틋한 호명들,


그때, 무대 위의 한 사람이

나를 본다
나를 보는 것 같다고 믿게 만든다
그 믿음 하나로
내 이름 없는 하루가,
다시 호명된다


젊음은 지나갔지만
심장은 아직도 소리를 기억한다
한 줄의 가사에
이름 모를 눈물이 번진다


중년이 된다는 것은

자리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것,

떠난 자리,

침묵,

소원해진 친구들의 이름,

어쩌다 마주치는 낯선 나의 얼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한 사람을 바라보는 순간,

내 안의 닫힌 문이 스르르 열린다

그 문은 과거를 향해 나아가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향해 열리기도 한다


무대 위 그의 손짓이

얼마나 큰 온기가 되는지
환호 속에 섞이는 나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의 노래는 마른 빈자리에
봄 햇살 한줄기를 깔아 준다

뭔가 가벼워지는 느낌들,
몽글몽글 피어나는 알 수 없는 것들,
별빛 같은 조명 아래서

내가 푹 머문다


그 열기 속에서
시간을 초월하고
다시,
가슴이 먼저 뛰던 때
그때,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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