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영원한 천국'을 읽고

천국이라 불렀지만 숨이 가빴다

by 현월안



'영원한 천국'

책을 덮었을 때,
내가 믿어왔던 길 위에

낯선 문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문 너머엔
죽지 않는 사람들,
끝나지 않는 계절,
원하는 대로 빚어진 풍경들이 있었다


그곳은 천국이라 불렸지만,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영생이란,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끝없는 되풀이였다


죽음은 삶의 결함이 아니라,

삶을 빛나게 하는 장치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잃을 것을 알기 때문이고,

하루가 귀한 것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멸이 없는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
슬픔이 없는 하루는
정말 하루일까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기다림이 주는 설렘,
끝남이 주는 의미,
잃어버림이 주는 눈물의 무게들,


30년 뒤,

로봇이 모든 노동을 대신하는 세상

인간의 손길은 부자들의 장난감이 되었고,

그 손길마저 타국에서 수입되었다

편리와 완벽은 남았지만,

그 속엔 오래된 공허가 번식하고 있었다


도시는 매끄럽고 편리했으나,
그 표면 아래선
낡은 두려움이 썩어가고 있었다


혹시, 천국은
끝없이 완벽한 공간이 아니라
부족함과 유한함이 스며든 곳이 아닐까


어쩌면 영원한 천국은
천국의 모방품일 뿐이다
진정한 천국은
불완전함과 유한함 속에서 피어난다
흙냄새, 사라지는 햇살,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붙잡는 떨림 속에서,


영원을 원하지 않는다
끝을 가진 낙원을 원한다
거기서만
삶이, 사랑이, 사람이
진짜 숨을 쉬기 때문이다.